결혼 10년 차.
다행스럽게 살림살이에 욕심이 없다.
결혼할 때 집부터 살림살이까지 부모님 도움을 받지 않고 비용을 남편과 반반씩 부담했기에 크게 욕심낼 수 없었다. 이사하면서 침대도 바꾸고, 냉장고도 바꿨지만, 식기는 남편 회사 사장님이 자취할 때 쓰던 것(포트메리온, 본 차이나, 일본제 식기 등)을 받아서 여태 사용하고 있는데 요즘 슬슬 새 그릇을 사고 싶은 생각이 싹을 틔우고 있다.
둘이서 사는 살림이라 밥그릇과 국그릇 2세트, 대접시 3개, 중접시 4개, 앞접시 4개, 반찬 나눔 접시 2개, 파스타접시 2개 정도면 웬만한 식사는 분위기 맞춰서 해결할 수 있다. 사실 이것도 다 사용하지 않아서 더 줄여도 되겠다 싶긴 하다. 요즘 사고 싶은 그릇은 파스텔톤 밥, 국그릇 세트와 식빵 모양 접시다. 젊어서는 무늬 없는 흰색 도자기 그릇이 제일 예뻤는데 나이가 드니 사람도, 물건도 귀여운 것이 자꾸 마음에 들어온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지만 여전히 어수선한 집에서, 남편보다 먼저 일어나 집안을 한 바퀴 둘러보면서 그날 정리할 것을 찾는다. 정리할 곳은 찬장이 되기도 하고, 옷방이 되기도 하고, 베란다가 되기도 하고, 현관이 되기도 하고... 그날그날 다르다. 한눈에 물건이 파악되는 찬장과 냉장고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개운해진다. 무거운 접시를 찬장이 다 버틸 수 있을까 싶어 그릇을 더 비우고 싶다가도, 알록달록한 그릇으로 기분을 내볼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둘러보다 문득, 엄마가 잔뜩 남겨준 접시가 생각났다.
아빠는 막내아들이지만 할머니를 모시고 살았던 터라 우리 집엔 명절 손님용 그릇이 많았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살림 정리를 하다 보니 사용하지 않은 새 접시도 많이 찾게 되었다. 혼자 계신 아빠는 가벼운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 그릇을 주로 사용하시니 접시류는 내가 가져와야지 싶다. 엄마 유품을 정리하면서 느꼈지만, 사람은 다 쓰지도 않을 것을 얼마나 이고 지고 사는지, 좋은 것은 놔두고 아끼고 아끼면서 왜 낡은 것만 쓰고 사는지.
이렇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역시나 사고 싶은 마음이 쏙 들어간다. 다행히 오늘도 지름신이 강림하지 않아 미니멀라이프를 이어갈 수 있겠다. 오늘 밥 먹을 때 몇 개의 그릇을 사용했나? 우리는 평생 몇 개의 그릇이 필요할까?
밥 먹을 때 그릇을 적게 쓰면 설거지 담당 남편이 좋아라 한다. 배시시 웃는 남편 얼굴을 떠올리며 오늘도 지갑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