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부터 시작할 용기
다른 직업을 찾기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지나간다. 월급에 딸려가는 직장인이기보다 성과에 만족하고 싶은 직업인으로서 산다는 것은 정말이지 쉽지 않다. 생계도 중요하지만 보람도 얻고 싶은 직장인으로서 전직은 수년째 피할 수 없는 나의 과제다. 떠나고 싶지만 떠나지 못하는 n년차 직장인의 고민은 나뿐이 아닐 것이다.
취업 사이트를 뒤져봐도 내 경력을 쓸만한 곳이 당최 보이지 않는다. 요구하는 능력치가 많은데 내 업무와 도무지 연결짓지 못할법한 요구사항이 많이 보인다. 대학원을 가볼까 하다가 대학원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고, 작은 기업에 들어가 부딪혀볼까 용기를 내다가도 쥔 것을 놓기가 쉽지 않다.
문득 취업 사이트를 뒤적이다 내 동공과 손가락이 잠시 멈춰버렸다. "하 이렇게 갈 곳이 없나. 배운 게 도둑질이니 계속 도둑질을 하게 되는 건가..." 긴 생각에 빠진 사이 더위를 가로지르는 선풍기 소리만 윙윙 맴돌았다. 검색창에 '이직' '전직' '새로운 직업' '탈출' 등을 쳐봐도 참고할 만한 사례가 또 마땅치 않다.
경력을 쌓을 땐 잘 몰랐다. 이 경력이 새로운 시작의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할 줄. 명함을 내려놓고, 월급을 내려놓고,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을 내려놓는 게 필요하다. 시작은 초라하겠지만 끝은 창대할 수 있다는데 나이는 또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서 고민된다. 당장 다음 달 내야하는 월세도 걱정, 두달뒤 지출될 임플란트 비용도 걱정이다.
나 같은 사람들이 적지 않겠지 싶다가도 "전직에 성공한 사람 좀 나와주세요!" 외치고 싶다. 누구라도 본인의 성공 스토리를 부러울만큼 내 앞에서 떠들어줬음 좋겠다. "야 너도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지 않아도 괜찮다. "야 내가 이렇게 했어"라고 내 앞에서 전직 성공 사례를 풀어줄 사람이 나타나기만 한다면, 지면을 빌려 누구와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다.
"혹시...자랑해주실 분 계신가요. 전직을 원하는 어린양이 두손 모아 기다립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