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이직한 동료를 만났다. 동갑에 동기였던 그는 내가 경력직으로 이동한 뒤 늦게 친해진 친구였다. 같은 부서에서 말을 텄고 회사가 힘들때 가끔 만나고 전화도 하던 사이였다. 사적으로 친했다고 할 순 없지만 비즈니스적으로 친한 건 맞았다
다소 말이 없는 스타일의 그 친구가 이직한 직종을 듣고 다소 놀랐다. 하지만 기울어가는 회사에서 잘 뛰쳐나간 것 만으로도 응원해주고 싶었다. 이직 후 연락이 끊기는 일이 많은 걸 알지만 그동안 위로를 주고받던 날들에 고마움을 담아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만나기로 한 식당에서 먼저 웨이팅을 하는동안 그 친구가 등장했다. 원래 말이 없는 친구지만 그날따라 더 시큰둥한 기분이 쎄하게 느껴졌다. 내 순서를 부르길 기다리는 십분동안 그는 내 안부를 묻지도 않았고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그럴 수 있지 생각하다 순서가 돼 식당에 들어갔다
이직을 알게된 시점에 잡았던 약속이었고 오랜만에 근황을 물을 수 있어 설렜던 것이 사실이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고 몇개의 요리를 시켰다. 나는 선물을 건네며 이직을 축하했다. 그때 환히 웃으며 고맙다고 하던 그 친구의 미소는 만남이 이어졌던 한 시간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환한얼굴이었다.
한시간. 한시간밖에 안된 그 시간동안 시킨 음식은 왠지모르게 알알이 차가워졌다. "새 회사는 어때?" "사람들은 잘해줘?" "적성엔 맞아?" "뭐하고 쉬었어?" "정말 잘됐다" "얼굴이 더 좋아졌어" 냉랭한 분위기가 부담이었을까. 내 입에선 미사일처럼 질문이 쏟아졌다.
그리고 반대편에선 딱딱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원래 성격을 고려한다고해도 너무 무성의한 태도와 대답이었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을 보다가 가끔 핸드폰 시계를 봤다. 먼저 일어나자고 한 것도 그였다. 그가 시계를 몇번 볼때 나는 조심스럽게 마스크를 썼다.
"잘가" 아쉽지 않은 인사에 쓴웃음을 보였다. 순간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곳이 맘에 들지 않아 떠난 사람인데 괜히 만났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너무 많은 정을 줬나보다. 내가 질문을 너무 많이했나. 소심한 나는 화살을 내게 던졌다. 지하철역에 들어와 배차시간이 긴 지하철을 기다리며 괴로웠다.
"내게 먼저 다가오는 사람만 만나고싶다"
"상처받고 싶지 않다"
"먼저 연락말걸"
다시 볼일 없는 그 친구와의 마지막 장면이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다. 나이 들면서 이별은 당연한 수순일때가 있다. 난 그 매듭을 잘 짓고 싶었다. 감사함은 꼭 전하고 싶었다. 이틀동안 생각했지만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똑같이 마음을 전하고 근황을 물을 것이다.
그 친구의 마음이 어떤지 정확히는 알지 못하지만 명확한 건 더이상 필요없는 사람에게 보이는 행동이라는 건 알 수 있는 나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사람은 많고 떠나는 사람이 보인 행동에 괴로워하는 건 불필요하다고 결론냈다. 인연이라는 게 이별이 꼭 좋게 끝나는 것만은 아니니까.
#그래도 이별은 뭔가 기분좋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욕심이 내겐 있었던 것 같다. 인간관계가 참 힘들고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