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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가사리 Apr 13. 2021

나를 믿었던 과거로

성공 다이어리의 추억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아쉬운 건 나를 불신하게 됐다는 점이다. 조직생활에서 융통성을 발휘하기 위해선 내 의견을 잠시 뒤로 빼는 것이 필수기 때문이다. 처음엔 '양보' 정도로만 시작했던 이 사고과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나에 대한 '불신'으로 탈바꿈했다. 언젠가부터 내 생각이나 제안이 마치 오답같이 느껴질 때가 있는 것이다.


취업이 간절했던 시절, 푸석푸석한 갱지 느낌의 공책을 한 권 산 적이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꼭 취업할 것이라는 목표를 첫 장에 쓰고 하루하루 다짐을 기록했다. 때로는 절망과 실망이 있었지만, 대체로 어느 때 즈음 취업을 해서 이 공책과 이별을 하고 말거라는 글귀를 반복적으로 작성했다. 그 결과 예상했던 때에 취업에 성공하는 기적이 벌어졌다. '적으면 이뤄진다'는 말은 정말이었다.


요즘 내 목표는 하나다. 별 볼일 없는 공책에 모나미 볼펜으로 꾹꾹 목표를 눌러쓰며 고통을 견디던 그 자신감과 믿음을 되찾는 것이다. 고된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눈물 뚝뚝 흘리며 의미 있는 고지를 기억하고 고통을 견디던 그 진심 어린 믿음. 자신감 있던 내 모습을 다시 깨우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두려워할 것은 내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을 잃지 않는 것이다. 조직 속에서 아무리 하찮은 존재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나 스스로 무시하고 주저앉아버리는 단계로는 절대 가면 안 된다. 그 순간 우리는 자본의 노예가 되고, 스스로의 세계에 갇혀 고통을 곱씹게 된다. 설령 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이 일 아니어도 돼"라고 외칠 수 있는 자신감 한 스푼 정도는 남겨야 절망의 순간에서도 튀어 오를 수 있다. 나는 지금 그 자신감 한톨, 한 스푼이 너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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