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가 슬퍼진다
동경(憧憬)은 어떤 것을 간절히 그리워해 그것만을 생각하는 걸 뜻한다. 가장 잘 알려진 뜻 뒤에 또 다른 해석은 '마음이 들떠서 안정되지 아니함'이다. 종합해보면 현재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해설만 봐도 그렇게 좋은 단어는 아니다.
난 지인들에게 무언가를 오랫동안 동경하는 건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한다. 동경이 길어지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끝엔 무거운 체념만 남는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오랫동안 후회하거나 미래를 구상하기만 한다면 그만하는 게 좋겠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희망에서 시작된 꿈이 허공에 떠도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미련으로 남거나 현재를 발목 잡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나만 해도 그렇다. 지난 7년간 나는 누구나 알만한 위치로의 이직을 바랐다. 그보다 열 계단 아래에서 영차영차 노력했지만 내 시선은 언제나 꼭대기에 머물렀다. 현재는 늘 미래를 위한 시간일 뿐이었다. 괴로운 시간 속에서도 미래를 위해 현재를 지탱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희망봉이 좀체 가까워지지 않자 나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 발판이 되지 못하는 이 계단에서 만족하고 적응하기보다는 그냥 뛰어내리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올랐다.
지나친 동경은 삶을 쉽게 지치게 만든다. 대학 시절 참가했던 한 연수에서 "THIS IS IT"이라는 구호를 배운 적이 있다. 현재, 지금에 집중하라는 말인데 당시엔 내 좌우명으로 삼아야겠다는 결심이 들만큼 멋있었던 기억이다. 가장 실천하기 힘든 게 '지금부터'다.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내일 그리고 1년 뒤 계획을 세우면서 불만족스러운 오늘은 잊는 행동은 정말 안 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