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지 않아도 돼
복잡한 세상에서 나 하나쯤은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으면 어땠을까. 난 반대로 내가 제일 특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살아왔다. 대우받고 대접받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생각을 좀 더 강하게 했던 것 같다.
좋아하는 일보다 해야하는 일을 먼저해야 했던 건 잘나고 싶어서였다. 남들이 드세게 반항할 때 나는 머리를 숙이고 숨죽여 지냈던 건 괜한 트집을 잡혀 내 인생의 속도를 느리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쓸데없는 것까지도 내가 을이 돼야 했다. 잘보이고 싶은 욕망은 알게 모르게 나를 더 낮아지게 만들었다. 반대로 할 말 했던 내 동기들은, 지인들은 치열한 정치싸움에도 꿋꿋이 살아남았다. 잔뜩 가시돋힌 고슴도치를 건드리지 않는 것처럼
난 그래서 이제 '제목없음' 인간이 되기로 했다. '제목없음'도 제목이 될 수 있듯이 무색무취로 읍소하지도 않고 잘보이고 싶어하지도 않는. 그냥 평범하게 오래 길게 내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힘을 쏙 뺀 그런 사람. 그런 사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