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날 산책을 나선 경험이 있다. 비가 와서 분위기는 을씨년스러웠고 퇴근길 먹자골목에도 사람이 없었다. 평소처럼 운동을 가기에는 애매한 날씨였다. 굉장히 고민했고 내심 쉬고 싶어 샤워를 해버렸다. 하지만 이내 '이건 좀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춥지만 몇 발작 걸으면 금세 활력이 넘칠 거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뜻한 옷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장갑도 목도리도 있는 내가 산책을 나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 순간 "그래 그럼 일단 동네 한 바퀴라도 돌아보자" "오면서 뭐라도 사 오자"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걸었을 뿐인데 활력이 돌았고 추웠지만 더 이상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매일 산책하는 천변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없었다. 전날만 해도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곳인데 정말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 산책길을 내가 혼자 쓰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상쾌하고 해방된 느낌으로 운동하고 귀가할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일들이 어렵지 않고, 생각하는 것보다 비극이 아닌데 사람들은 그 '생각'과 '걱정'을 오래 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냥 하면 되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들 때문에 지금의 내가 바뀌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일 수도 있다. 역시 업그레이드를 위해 가장 단순하고 정확한 건 '그냥 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