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다 Feb 06. 2021

왜 사랑하고 있을까?

사랑과 갈등과 이별에 대한 생각

사랑에서 이별로 향하는 과정은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양하게 나타나며 정해진 틀이 없지만, 그 과정에 대개 갈등이 동반된다는 점은 아마 틀림없을 거다.

수많은 이유로 사랑은 시작되고, 또 수많은 이유로 사랑은 끝난다. 사랑에 대해 더 가까이 접근하기 위해 이렇게 셀 수없이 많은 이유들에 대해 뭔가 떠올리고 생각해 보는 것은 일견 쓸모없는 일처럼 비칠 수 있고, 또 실제로 결국 쓸모없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많은 이유들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니까.

하지만 결국 그 생각들이 하나로 귀결된다면, 그리고 그것이 의미 있는 접근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면, 일련의 과정들이 마냥 쓸모없는 일은 아니었다고 조금이나마 위로를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사랑이 시작되면 대개 그 사랑이라는 종이를 장밋빛과 같이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이기 위해 애를 쓴다. 지난 사랑의 장밋빛이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어두워져 결국 끝나버린 사람마저도 이번 사랑은 달라야 한다고, 또 다를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그렇게 마냥 즐겁게 칠해가는 과정에서 결국 모두가 갈등을 마주하게 되고, 장밋빛을 띠던 사랑은 그 갈등의 색과 섞여 종래의 빛을 잃고 만다. 그리고 여러 가지 생각에 젖게 된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때 생각의 초점은 대개 ‘갈등의 이유’로 향해 있지, ‘사랑했던 이유’로 향해 있는 경우는 드물다. 아무리 오래 사랑했어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초점이 어디로 향해 있는가는 생각보다 중요한데, 그것이 결국 무의식 중에, 생각이 하나의 방향성을 가지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갈등의 이유'에 초점이 맞춰지면, 그 초점은 결국 나의 생각을 ‘그럼에도 다시 사랑할 것인가’와 ‘이별을 선택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도달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랑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상황일 수 있는데, 사람들이 자신의 사랑을 장밋빛으로 만들기 위해 애써온 시간들은 잊은 채, 그렇게 물들여온 장밋빛이 한 방울의 갈등으로 인해 그 빛을 잃어버렸고, 또 그것을 완전히 되돌릴 수는 없다는 사실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들은 모두 사실이다. 하지만 그 사실이 사랑을 포기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와 정말로 연결되는 것일까?


갈등은 분명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피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랑이 갈등으로 인해 장밋빛을 잃어간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사랑이란 원래 갈등과 섞인 빛깔이니까. 다만 그 빛깔을 보며 나의 사랑이 변한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행위일 수는 있다.


하지만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사랑이 떠났다면 진작에 고민도 떠났을 테니까.

사랑의 본질은 장밋빛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색이 칠해지는 종이에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 종이의 빛깔에 정답은 없는 게 아닐까?

종이가 본질을 잃지 않았다면 사랑도 본질을 잃지 않은 건 아닐까?

왜 싸웠을까? 하지만 왜 고민하고 있을까? 

왜 나는 아직 너를 사랑하고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자아는 언제까지나 당신을 기다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