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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Aug 12. 2021

죽음과 허무

그 어떤 삶도 결코 허무하지 않다

때때로 죽음에 대해 조금 진지하게 생각하다 보면, 삶은 소름 끼칠 만큼 허무해지기도 한다. 죽음이 내가 살아오면서 쌓아 올린 모든 것을 ‘무’의 상태로 되돌려 놓으니까.


허무주의의 철학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그 추종자들은 ‘어차피 언젠가 모든 것은 쓸모 없어진다’는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나는 이에 대해 무지하여 그 이상의 접근은 비약을 넘은 억지가 되겠지만, 그렇다고 그 사실이 이 말에 대해 되뇌어 볼 자격이 없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을 거라 믿는다.


그래서 미리 양해를 구하고 좀 더 접근해 보자면, 실제로 ‘나’에게 있어 모든 것은 언젠가는 쓸모가 없어진다. 명제가 사실인 문장을 기반으로 한 이론을 부정하기는 얼핏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나의 삶은 그저 허무하기만 한 것일까?


오히려 발상을 전환해서,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죽음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말고 누구나 거쳐가야 하는 삶의 과정 정도로 겸허히 받아들인다면, 그로 인해 삶은 허무한 것이 아니라 보람차게 채워나가야 할 시간들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때서야 비로소 존재의 종말 이후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해도, 종말을 향해온 과정은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존재의 의미는 존재하던 모든 순간에 있으며, 쓸모가 있는지, 최후에 남는지의 여부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남는 것이 없다는 사실은 분명 잔인하다. 그러나 그렇게 아무리 잔인한 사실조차 삶을 허무하게 만들지는 못 한다. 그래서 그 어떠한 삶조차 결코 허무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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