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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Aug 16. 2021

우연과 운명적 사랑

운명적 사랑을 믿는 모든 이에게

살면서 인연을 맺게 될 인간관계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습게도 그렇게 믿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누구나 ‘나에게도 운명 같은 인연이 나타나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 번쯤 품어보기도 한다.


인연을 맺는 과정을 살펴보면, 누군가를 알게 된다는 건 순전히 우연의 결과이다. 또한 그 후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 될 정도의 호감이 발생한다면 그 역시 우연이며, 두 사람의 성별이 다르고 이성애자라는 우연까지 겹치면 그 호감은 성적인 끌림, 즉 이성 간의 사랑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물론 일련의 과정이 꼭 언급한 순서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연적 요소가 필연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그리고 처음으로 알게 된 후 사랑으로 발전하기까지의 시기가 짧으면 짧을수록 두 사람은 서로를 운명이라 여길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나 많은 우연의 일치를 설명하기 어려운 놀라운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우연을 넘어 운명이라 이름 붙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때의 느낌들은 하나같이 신기하고 오묘하다.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그 누구보다 오래 알아온 듯한 느낌, 분명 다른 존재임에도 서로의 생각과 마음, 그리고 정신이 하나로 이어진 듯한 느낌, 서로의 내면 깊숙이 있는 자아를 건드리는 듯한 느낌, 그리고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깊고 큰 감정의 떨림을 경험한다. 마치 어떤 존재를 이루는 물질 전체가 시간과 공간을 모두 초월하여 바로 옆으로 가까이 다가온 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운명적 사랑이 특별히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냐면 사랑은 형태에 상관없이 모두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두 사람에게는 실제로 대단한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을 거다. 사랑의 희열이 그들로 하여금 서로의 존재와 감정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대단하지 않다 여기게 할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지금  순간에도, 앞으로의 모든 순간에도, 우연은 누군가를 운명적 사랑으로 이끌어갈지 모른다. 또한 언젠가  많은 우연이 우연이었던 것만은 아니었으리라 떠올리게  적에, 아름다운 순간들은 영원히 기억되고, 운명적 사랑은 필연으로 거듭날 것이다. 그렇게 믿는 이들에게 열렬한 응원을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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