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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Sep 01. 2021

공부에 대한 단상들

공부는 왜 해야 할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학생 시절 공부의 많은 부분이 삶에서 쓸데가 없는 것 같다. 잘라 말해, 결과적으로는 시간낭비였던 거다.


차라리 맛있는 수박 고르는 법, 연인에게 잘 사과하는 방법, 생존을 위한 수영법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 지난번에 고르고 골라서 산 수박은 정말 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관절 청산별곡의 해석, 3차 방정식의 풀이, 식물이 광합성을 할 때 얼마의 에너지가 생기는지가 내 삶에 무슨 쓸모가 있을까? 실제로 나는 저 내용들을 모두 잊어버렸지만 삶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이렇게 공부를 위한 공부에 회의감을 느낄 때가 있지만, 사실 현실적 한계에 대해 고려해보지 않는다면 그건 불공평한 처사가 될 것이다. 회의감이 단지 결과론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어떤 공부가 필요한지는 어떤 인생을 살지에 달려 있는데, 그걸 어떻게 미리 알 수 있을까? 그래서 익혀두면 그나마 쓸데가 있는 학문들을 추려서 학교에서 가르친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그럼에도 지금 하는 공부가 결국 시간낭비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식이면 삶에 꼭 필요할 것이라 보장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자신이 소질이 있는 분야를 빨리 찾아서 거기에 시간을 집중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것은 자신이 잘 해내리라 믿었던 최초의 믿음이 다행히 빗나가지 않은 경우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빗나간다면 비단 공부가 아니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시간낭비가 될지 모른다는 얘기다.


어쩌면 공부는 미지수로 가득한 미래에 대해 그나마 안정적인 삶을 조금은 보장해주는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일지도 모르겠다.


뭘 해야 할지 확실히 알고 있다면, 공부는 필요 없을 거다. 하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른다면, 공부라도 해야 할 거다.


아마 이 정도가, 학생 시절 공부에 대한 나의 단상들의 마침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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