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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an 25. 2021

약한 모습을 외면하던 날에

진정한 내 모습을 떠올리며

 그런 순간이 있었다. 정말 아무나, 그 누구라도 붙잡고 말하고 싶었던 순간.


 아마도 나를 아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지금은 어떤 말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나의 마음이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서 말하기 힘들었을 수도, 그 누구도 알지 못 했으면 하는 비밀이어서 말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 내용이 중요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그때의 내가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지 중요한 거라고 느껴졌을 뿐이다.


 그것은 남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일종의 허세였는지도 모른다. 평소에 스트레스를 받아도 금방 회복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상처 받지 않았던 것처럼 말해 왔고, 시련도 쉽게 극복할 수 있는 태도를 보여 왔기에 약한 모습을 함부로 보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한 허세가 무너져 내렸던 순간은 아마도, 자신의 생각과 마음에 솔직하지 못 한채 외면해 온 대가를 치르던 순간이었으리라.


 나는 스스로의 모순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누구나 약해질 수 있는 순간이 온다는 사실을 몰랐던 걸까? 그럴 리 없다. 이미 그랬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약한 모습의 나는 진정한 내가 아니라고 애써 부정해 왔던 것이다. 강하게만 보였던 나와 약한 내가 부딪혀 진짜 내가 어떤 사람인지 혼란스러워 갈팡질팡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모습도 진정한 나라고,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랐던 그 마음이 모순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결국 나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데에 대한 안도감이 들었지만, 진정한 내 모습을 이 세상에 보여줄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커다란 공허와 외로움도 밀려왔다. 동시에 자괴감도 들었다. 도대체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뭐라고 이런 감정에 시달려야 하는가? 돌이켜 보면, 이런 나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나를 바라며 진정한 나를 외면했던 것뿐이다.


 엄밀히 말해, 이런 일이 자주 있는 건 결코 아니다. 난 강한 사람이니까! 하지만 살다 보면 언젠가 그런 순간이 또 찾아올 수 있다. 다시 약해지는 순간이. 그때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누군가에게 의지하고는 말할 것이다. 사실은 힘들었다고. 내 말을 들어달라고. 이것도 진정한 내 모습이라고. 그렇게 내 모습을 드러내는 데에서 오는 불안감은, 결국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에 씻겨 내려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러한 순간이 지나가면, 다시금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약하지만 강한 사람이니까. 언제나처럼 나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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