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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an 28. 2021

무너지는 때에는 누구나 솔직해진다

누군가 숨겨 오던 모습을 마주 하게 된다면

 솔직한 삶을 인생의 가치관으로 삼는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숨길 때는 분명 있습니다. 왜냐면 사람들은 서로 다른 생각과 마음을 가지면서도, 필연적으로 사회를 구성해야 하는 구성원으로서의 위치를 요구받기 때문입니다. 조금은 안타까운 일일 수 있지만, 그 속에서 솔직함만을 고집한다면 분명 자신과 다른 타인으로부터 배척당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솔직함을 어느 정도 숨기는 태도를 융통성 있는 태도라고 칭할 수 있다면, 부드럽고 편한 사회생활을 위해서는 솔직함과 융통성이 어느 정도는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한 게 사실입니다.


 또한 애초에 솔직하게 사는 것보다 융통성 있는 삶을 가치관으로 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좀 더 숨기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한 삶의 방식을 좀 더 선호하는 사회도 분명 있을 것이고, 타인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한 당연히 잘못된 방식도 아닙니다. 누구나 본인에게 더 실익이 되는 방향을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니까요. 극단적 흑백논리로 사람을 솔직한 사람과 덜 솔직한 사람의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고 쳐도 어느 쪽이 옳은지 답은 없습니다. 또한 관계에 따라 솔직히 대하는 정도의 차이도 나타나기 마련이고요.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어떠한 관계라도 자신을 조금씩은 숨기는 때가, 숨기는 부분이 분명 있다는 거죠. 다만 상대에 따라 그 숨기는 정도를 정해 놓은 선이 차이가 나는 것뿐입니다. 


 그렇지만 타인과의 관계에 상관없이, 대개 사람들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면 더 솔직해지는 경향은 있습니다. 굳이 어렵고 불편하게 자신을 숨길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실익에 관계없이 솔직해지는 때도 있습니다. 바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고, 물러설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때죠. 그때가 되면 자신의 내면에 숨겨 두었던 생각과 감정을 행동으로 표출하게 되는 겁니다. 그것은 어느 정도 이성이 마비된 채 부르짖는 감정의 울림일지도 모르죠. 솔직함을 포기하면서까지 추구해왔던 것들이 무너지고 있어, 자신을 숨겨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것이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더라도, 최후의 수단처럼 자신을 모두 드러내는 거죠. 


 개인적으로 솔직함은 장점이 훨씬 더 많은 미덕이라고 생각하지만, 분명 지나치게 솔직한 것 또한 단점은 있습니다. 자신을 모두 드러낸다는 것은, 자신의 약점 또한 모두 드러낸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친구에게든, 연인에게든, 가족에게든 그러한 약점을 포함해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평소와 달리 지나치게 솔직해진다는 것은, 자신의 약점까지 드러낼 각오가 되어 있다는 의미가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스스로를 모두 드러내고 싶을 때, 또는 모두 드러내는 사람을 마주하게 된다면 여러 가지 의미로 조심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아마도 그것은 그 사람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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