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란 다시 마주 하고 싶은 대상에게 느끼는 감정이다. 이미 지나가 버린, 아마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실존적이거나 관념적인 존재들을 다시 마주하고 싶을 때 느껴지는 아련하고 애타는 감정인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대상은 꼭 한 순간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저 시공간의 흐름에 맞춰 변해버린 것들도 더러 존재한다. 이를테면 무릇 살아있는 존재라면 살아있는 한 계속 존재하고, 인간이 만들어낸 구조물 같은 것들 역시 비슷하다.
과거의 모습을 구태여 찾으려 애쓰는 행위를 탓할 수만은 없다. 그리고 그 행위를 흐름에 역행하는 미련한 행위라 욕할 수만도 없다. 존재의 변화는 그 변화를 바라보는 이를 씁쓸한 미소와도 같은 자못 양가적인 감정에 휩싸이게도 만든다.
그래서 그리움의 대상은 과거에 머무르면서 동시에 현존할 수 있다. 만물의 변화는 필연이고 그 당연함은 대상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그 대상이 과거보다 더 가까이 있다 할지라도, 멀리 있던 날의 대상이 더 애틋하게 느껴질 때는 분명 다가온다.
그렇게 불현듯 너를 그릴 때가 있다. 속속들이 알고 있어 자연스레 마주하는 지금의 네가 아니라 아무것도 몰라 안절부절못하게 만들던 과거의 네가 그리울 때가 있다. 그리하여 나는 너를 바라보고 있어도 가끔 네가 사무치게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