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小食)이 장수의 비결 중 하나라는 얘기를 TV 프로그램을 통해 들었던 기억이 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일본인들이 장수하는 이유를 연구한 사람이 인터뷰했던 내용에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꽤 오래전 기억이므로 정규방송이었을 확률이 높다. KBS 다큐멘터리쯤 되었겠지.
나는 수능에서 생물2를 선택했었음에도 노화의 메커니즘 따위는 잘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신체 역시 오래 사용하면 마치 기계처럼 노후하는 것이려니 막연하게 짐작하고 있다. 근본적인 바탕을 이루는 세포의 분열과 죽음은 내게 그렇게까지 중요치는 않은 내용이다.
또한 소식이 정말로 장수의 비결인지 역시 잘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틀린 말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단순히 오래 살고 싶기 때문이다. 반대로 대식(大食)이 장수의 비결이라면 내게도 충분한 희망이 있다. 그렇다면 아마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의 기록은 먹방 유튜버가 획득할 것이다.
그래서 노화의 메커니즘과 장수의 비결과의 연장선 상에서, 만일 안타깝게도 소식이 장수의 비결이 맞다면 아마도 소화기관의 사용 횟수를 적당히 조절함으로써 노화를 늦출 수 있기 때문에 장수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는 하다. 자동차가 달릴수록 엔진기관이 낡는 것처럼, 인간도 살아갈수록 신체기관이 그렇게 낡아가는 것일지 모른다. 적당한 운동으로 노화를 늦출 수는 있겠지만 분명 한계는 있으리라.
그런데 또 다른 생각도 든다. 소식을 하는 사람이 장수한다면 그 원인은 소식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의 태도에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과도하게 욕심내지 않는 태도가 음식의 섭취에 있어서 뿐 아니라 삶 전반에 걸쳐 있기에 장수하는 것은 아닐까? 그 태도로 인한 삶의 질의 상승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비결은 아닐까?
무릇 사람은 모든 것을 가질 수 없기에 모든 것을 욕심내다가는 분명 배탈이 날 수 있다. 과하게 먹어서 배탈이 나는 것만큼이나 과하게 욕심을 내서 배탈이 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육체뿐 아니라 정신에도 탈이 날 수 있기에 비단 물질적이지 않은 영역에서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욕심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필요 이상의 욕심은 화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소화기관에 한계가 있는 만큼 우리가 소화할 수 있는 음식의 양에도 한계는 있다. 시간과 노력이라는 자원에 한계가 있는 만큼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결과에도 한계는 있다. 그래서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하는지가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많은 성취보다 높은 성취가 필요한 때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