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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Nov 25. 2021

소식(小食)과 장수

소식(小食)이 장수의 비결 중 하나라는 얘기를 TV 프로그램을 통해 들었던 기억이 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일본인들이 장수하는 이유를 연구한 사람이 인터뷰했던 내용에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꽤 오래전 기억이므로 정규방송이었을 확률이 높다. KBS 다큐멘터리쯤 되었겠지.


나는 수능에서 생물2를 선택했었음에도 노화의 메커니즘 따위는 잘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신체 역시 오래 사용하면 마치 기계처럼 노후하는 것이려니 막연하게 짐작하고 있다. 근본적인 바탕을 이루는 세포의 분열과 죽음은 내게 그렇게까지 중요치는 않은 내용이다.


또한 소식이 정말로 장수의 비결인지 역시  . 개인적으로는 틀린 말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단순히 오래 살고 싶기 때문이다. 반대로 대식(大食) 장수의 비결이라면 내게도 충분한 희망이 있다. 그렇다면 아마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사람의 기록은 먹방 유튜버가 획득할 것이다.


그래서 노화의 메커니즘과 장수의 비결과의 연장선 상에서, 만일 안타깝게도 소식이 장수의 비결이 맞다면 아마도 소화기관의 사용 횟수를 적당히 조절함으로써 노화를 늦출 수 있기 때문에 장수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는 하다. 자동차가 달릴수록 엔진기관이 낡는 것처럼, 인간도 살아갈수록 신체기관이 그렇게 낡아가는 것일지 모른다. 적당한 운동으로 노화를 늦출 수는 있겠지만 분명 한계는 있으리라.


그런데 또 다른 생각도 든다. 소식을 하는 사람이 장수한다면 그 원인은 소식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의 태도에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과도하게 욕심내지 않는 태도가 음식의 섭취에 있어서 뿐 아니라 삶 전반에 걸쳐 있기에 장수하는 것은 아닐까? 그 태도로 인한 삶의 질의 상승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비결은 아닐까?


무릇 사람은 모든 것을 가질 수 없기에 모든 것을 욕심내다가는 분명 배탈이 날 수 있다. 과하게 먹어서 배탈이 나는 것만큼이나 과하게 욕심을 내서 배탈이 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육체뿐 아니라 정신에도 탈이 날 수 있기에 비단 물질적이지 않은 영역에서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욕심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필요 이상의 욕심은 화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소화기관에 한계가 있는 만큼 우리가 소화할 수 있는 음식의 양에도 한계는 있다. 시간과 노력이라는 자원에 한계가 있는 만큼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결과에도 한계는 있다. 그래서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하는지가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많은 성취보다 높은 성취가 필요한 때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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