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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Mar 02. 2022

부질없다는 생각이야말로 부질없다

부질없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부질없는 생각이나 행동을  때가 있다. 생각이야 자연히 떠오를  있으니 어쩔  없다 치더라도, 행동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그래서 그런 행동으로 보내는 시간과 노력들이 헛되이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오면, 후회하게 되면서도  부질없는 행동을 하는 순간이 다시 찾아오고, 후회 역시 반복된다. 누구나 그렇다.


그런 후회스러운 행동은 단순한 의지의 부족 내지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 또는 깊지 않은 생각으로부터 불거져 나온 가벼운 해프닝일 수도 있다. 물론 어느 쪽이든 부질없다는 사실에는 변함없으리라 생각되지만, 삶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고 무의미하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반복하는 데에는 뭔가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


그럴 때는 좀 더 본질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대체 그 행위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가져다 주기에 부질없음에도 반복하는지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얼핏 무의미해 보이는 행위에도 나름의 의미가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그 의미가 솜털만큼 가벼울지라도, 그 영향이 찰나에 그칠지라도, 간과할 수만은 없는 그런 의미가 분명 있다.


때로, 사람들은 안 될 걸 알면서도 무던히 시도하고 도전하기도 한다. 바보같이 떠나간 연인에게 연락해 보기도 하고, 순간의 쾌락에 이끌려 심취해 보기도 한다. 결코 남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돈이든, 시간이든 떠나보낸다. 그런 행위의 결과는 쓸모없더라도, 결국 행위의 과정 중 한 순간이라도 어딘가 쓸모가 있기에 부질없어 보이는 행위가 반복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원해서 자발적으로, 자의적으로 행한 행위라면, 그 결과가 실제로 부질없더라도 행위의 과정 전체를 부질없는 행위라고 볼 수만은 없다. 그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또는 이렇게 상투적이고 식상한 의미가 아니라 어떻게든 원하는 대로 행동하려는 욕구를 해소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결코 무의미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때로 부질없다 여겨지는 행위라도,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보는 게 더 나을 때도 분명 있다. 물론 그 결과에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겠지만, 적어도 그런 순간의 행위가 마냥 부질없지는 않은 것이다. 어차피 모든 행위가 삶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될 수는 없고, 그런 행위만 골라서 할 수도 없다. 그러니 부질없는 행위를 가끔 하면 좀 어떠랴. 삶에는 완전히 부질없는 행위가 없고, 완전히 부질없는 순간도 없다. 그저 부질없다는 생각이 부질없게 만들 뿐이다. 결국 그런 행위를 어떤 행위로 정의 내릴 것인지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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