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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May 10. 2022

자신만의 충전기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핸드폰 충전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섣불리  위치까지 예상해보자면 보통 침대맡에 하나쯤, 거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라면 주로 앉아 있는 소파 근처에도 하나쯤 있을 것이다.


핸드폰이 현대인에게 거의 필수적인 물건이기에, 배터리의 충전량이 지나치게 낮으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우리는 집안이 아닌, 주로 활동하는 장소에 충전기를 동행시키기도 한다. 독서실에 가지고 다니기도 하고, 회사 사무실에 가져다 놓기도 하고, 자가용 안에 연결해 두기도 한다.


사실 핸드폰이 워낙 자주 취급하는 물건이고 배터리의 소모와 충전의 반복이 비일비재하며, 충전량까지 숫자로 표현되기에 직관적으로 쉽게 인식되는 것뿐, 핸드폰처럼 배터리를 필요로 하는 건 또 있다. 예컨대 인체도 그렇다.


사람들은 대개 영양소의 섭취와 적절한 시간의 수면을 통해 인체의 배터리를 충전한다. 물론 둘은 생존에 필수적이며 많은 에너지를 채워주지만, 안타깝게도 인체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있는 모양이다. 사실이라면 그 이유는, 아마도 사람은 먹고 자는 것만으로 삶을 영위하는 게 아니기 때문일 터다.


그렇게 무언가에 짓눌리듯 무기력감이 엄습해올 때가 있다.별다른 이유 없이 아무 행동도 하기 싫어지고, 영양상태와 수면시간에 무관하게, 마치 배터리가 방전된 핸드폰처럼 가만히 있고만 싶은 때가 있다. 인간이란 참으로 복잡한 존재여서, 단순한 충전방식만으로는 쉽게 충전되지 않는 것이다.


그럴 때에는 조금 다른 충전방식이 필요하다. 먹고 자는 직접적인 방식이 아닌, 또 다른 방식의 충전기가 필요하다. 그 방식이 각자 달라 찾기 쉽지는 않지만, 누구나 분명 자신만의 충전기가 있다. 단지 아직 어디에 있는지, 어떤 식으로 써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뿐.


그래서, 때로는 에너지를 소모해서라도 충전기를 찾아 나서야 한다. 인체의 활력은 삶 속에서 자신만의 충전기를 얼마나 많이 찾아내는지에 달려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곳곳에 놓인 핸드폰 충전기처럼, 자신만의 충전기를 곳곳에 놓아둘 수 있다면 방전의 걱정은 줄어들고, 더욱 활기찬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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