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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un 05. 2022

주체적 사고에 대한 주체적 사고

주체적 사고란 타인의 사고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주체가 되는 사고를 말한다. 이해를 위해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집회  앞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박 씨를 깨워 참석의 이유를 물어보자.


“이웃집 최 씨가 좋은 일 하러 가자니까 왔지, 뭐.”


박 씨의 생각이 이웃의 말에 근거한다는 이유만으로 틀렸으리라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박 씨의 대답은 주체적 사고와는 거리가 멀다. 박 씨가 주체적 사고를 할 수 있었다면 아마도 머릿속에서 다음과 비슷한 흐름을 따랐을 것이다.


- 사형제도란 무엇인가?

- 취지는 무엇인가?

- 그 취지는 타당하게 생각되는가?

- 그 근거는 무엇인가?

- 그렇다면 나의 의견은 무엇인가?


이러한 흐름의 과정과 결과가 곧 주체적 사고라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박 씨는 사형제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할 수 있고, 누군가 이유를 물었을 때 나름의 견해를 밝힐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래서 주체적 사고란 다음의 예시를 포함한 수많은 현상이나 문제들에 본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나아가 타인을 설득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 자살은 허용될 수 없는가?

- 거짓말은 나쁜 행위인가?

- 나는 왜 사는가?

- 법의 적용은 절대적이어야 하는가?

- 사랑이란 무엇인가?


그런데 주체적 사고는 때로 궤변이 되기도 한다. 자신만의 사고의 구성에 치중한 나머지 논리적 타당성을 잃어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지만 자신만은 뜻을 굽히지 않는, 이른바 개똥철학을 말한다.


또한 주체적이라는 건 독립적이라는 의미이고, 그것은 사회성과 양립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주변을 돌보지 않고 주체적 사고에만 지나치게 빠져들면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 있다. 쉽게 말해 객체적 사고를 통해 타인의 뜻을 따르는 게 좋은 경우도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주체적 사고는 중요하다. 상기의 약점은 주체적 사고 자체의 약점보다 주체적 사고의 당사자의 약점에 가깝기 때문이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그 차이를 구분하여 적절하게 자신의 사고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주체적 사고에 대한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은,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풀 수 없는 문제들에 접근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언젠가 과학기술이 [유전자복제]를 가능하게 한다 해도, 여전히 [유전자복제]의 윤리적 책임에 대한 문제는 숙제로 남는다. 그리고 그 해결을 위한 물음의 끝은, 결국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주체적 사고로 연결된다.


주체적 사고가 끝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하더라도, 본질적 해답을 향해 가는 일련의 과정들은 현상에 대해 깊게 생각할  있는 힘을 길러준다. 그리고  힘은 바로 주체적 사고를 통해 얻을  있는 가장  선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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