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적 사고란 타인의 사고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주체가 되는 사고를 말한다. 이해를 위해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집회 맨 앞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박 씨를 깨워 참석의 이유를 물어보자.
“이웃집 최 씨가 좋은 일 하러 가자니까 왔지, 뭐.”
박 씨의 생각이 이웃의 말에 근거한다는 이유만으로 틀렸으리라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박 씨의 대답은 주체적 사고와는 거리가 멀다. 박 씨가 주체적 사고를 할 수 있었다면 아마도 머릿속에서 다음과 비슷한 흐름을 따랐을 것이다.
- 사형제도란 무엇인가?
- 취지는 무엇인가?
- 그 취지는 타당하게 생각되는가?
- 그 근거는 무엇인가?
- 그렇다면 나의 의견은 무엇인가?
…
이러한 흐름의 과정과 결과가 곧 주체적 사고라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박 씨는 사형제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할 수 있고, 누군가 이유를 물었을 때 나름의 견해를 밝힐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래서 주체적 사고란 다음의 예시를 포함한 수많은 현상이나 문제들에 본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나아가 타인을 설득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 자살은 허용될 수 없는가?
- 거짓말은 나쁜 행위인가?
- 나는 왜 사는가?
- 법의 적용은 절대적이어야 하는가?
- 사랑이란 무엇인가?
그런데 주체적 사고는 때로 궤변이 되기도 한다. 자신만의 사고의 구성에 치중한 나머지 논리적 타당성을 잃어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지만 자신만은 뜻을 굽히지 않는, 이른바 개똥철학을 말한다.
또한 주체적이라는 건 독립적이라는 의미이고, 그것은 사회성과 양립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주변을 돌보지 않고 주체적 사고에만 지나치게 빠져들면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 있다. 쉽게 말해 객체적 사고를 통해 타인의 뜻을 따르는 게 좋은 경우도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주체적 사고는 중요하다. 상기의 약점은 주체적 사고 자체의 약점보다 주체적 사고의 당사자의 약점에 가깝기 때문이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그 차이를 구분하여 적절하게 자신의 사고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주체적 사고에 대한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은,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풀 수 없는 문제들에 접근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언젠가 과학기술이 [유전자복제]를 가능하게 한다 해도, 여전히 [유전자복제]의 윤리적 책임에 대한 문제는 숙제로 남는다. 그리고 그 해결을 위한 물음의 끝은, 결국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주체적 사고로 연결된다.
주체적 사고가 끝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 하더라도, 본질적 해답을 향해 가는 일련의 과정들은 현상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그리고 그 힘은 바로 주체적 사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