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과 마음, 취향 등이 비슷하여 가깝게 지내는 이라 할지라도 어딘가 자신과 다른 부분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법이고, 결국 그로부터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또한 당연하게도, 거리가 가까울수록 그 다른 부분은 더욱 눈에 밟히게 마련이다.
가까운 사람도 이 정도인데, 먼 사람이야 오죽할까? 그렇게 자신과 다른 사람은 심리적인 거리에 상관없이 얼마든지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사회 속에서 그런 사람을 얼마든지 많이 접하게도 된다.
따라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한, 그 안에서 다름으로부터 찾아오는 갈등이 생기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관계 속에는 표면으로 드러나든 드러나지 않았든 항상 문제가 존재한다. 관계란 원래 그렇다.
또한 타인의 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는 만큼, 나의 방향이 타인의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분명 있다. 그로부터 자신을 지나치게 고집하는 것이 관계의 유지를 위해서는 좋지 않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분명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관계의 유지와 나의 유지, 그 우선순위를 파악하여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은 많은 이들이 느끼듯 그렇게나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관계가 먼저인지 내가 먼저인지 고민이 되는 괴로운 순간이 찾아온다.
그리고 여기서 관계를 우선할 경우 자신이 뒷전으로 밀려나기도 한다. 즉, 지나치게 관계에 얽매일수록 자신을 잃어가게 될 수 있다는 거다. 바로 관계의 위험성이다.
위험성을 인지해야 더 안전하고 안정적인 방향도 찾을 수 있는 법이다. 그래서 바람직한 관계란 이 위험성을 인지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관계가 괴롭게 느껴지기 시작할 때면 분명 이 위험을 마주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 위험을 방치한 채 관계를 유지할 필요도 없고, 유지해서도 안 된다. 해결책을 찾든, 관계를 끝내든, 능동적으로 행동에 나설 시점인 것이다.
어쩌면 바람직한 관계란 단순하다. 서로를 얼마나 편하게 드러낼 수 있는 관계인가? 그리고 자신을 얼마나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관계인가? 관계의 유지 역시 결국은 자신을 위한 방향이라고 볼 때, 관계에 있어 이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는 없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