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에 소홀해질 때, 그에 대한 이유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건 아마도 '바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여기에는 생각보다 단순한 의미가 숨겨져 있다.
누구나 알다시피, 누구나 시간이라는 자원을 동일하게 가지고 있고, 누구나 그 시간을 필연적으로 어딘가에는 소비하며 살고 있다. 시간의 흐름을 막을 방법은 없기에 그러고 싶지 않아도 그럴 수밖에 없다.
이는 바빴다고 말하는 이에게도 적용되는 사실이어서, 무언가에 소홀했다는 건 흘러가는 시간 동안 다른 무언가에 충실했다는 의미가 된다. 어떻게 포장하며 변명하려 해도 이를 근본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바쁘기 때문'이라는 이유는 '우선순위에 따라 행동하다 보니 다른 데에 먼저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 된다. 간단히 말해 시간을 다른 곳에 소비했다는 의미인 것이다.
결국 우선순위에 모든 게 달렸다. 그 순위가 일시적일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일시적인 순간에는 우선한 것이다. 예컨대 바쁘기 때문에 자신을 만날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말하는 연인에게는 자신과의 만남보다 더 중요한, 우선순위가 더 높은 일이 분명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단순한 의미가 생각보다 자주 간과되기도 한다. 사실 '바쁘기 때문'이라는 말은 그리 복잡한 의미가 아닌데도, 굳이 의미를 부여하며 합리화시켜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어리석은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타인의 생각이나 감정 등을 파악할 때, 나아가 관계에 대해 고려할 때, 모든 행동의 밑바탕에는 우선순위가 기반한다는 사실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또한 타인이 아닌 자신의 마음이 헷갈릴 때에도, 자신 역시 우선순위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어쩌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진실을 애써 부정하고 있는 건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