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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Sep 16. 2022

어색하다

어색하다는 단어가 순우리말은 아닐까 싶어 찾아보니 그렇지 않았다. 말씀 어(語)에 막힐 색(塞) 자를 써서, 말이 오고 가지 않고 막힌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어색한 자리에서 가장 먼저 발생하는 현상은 대화가 끊긴다는 거다. 이 현상이 단어를 이루는 한자에도 내포되어 있었다니 제법 흥미롭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어색한 사이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면 일단 대화를 잘 이어나가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가장 보편적인 수단이 곧 대화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화가 얼마나 잘 이어지는지, 그 정도만으로 어색함의 수준을 예단할 수는 없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가 자신을 알아보고 방긋방긋 웃을 때 어색함을 느끼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6년을 함께 한 고양이가 옆에 누워 잠자리를 청할 때, 그 말없는 몸짓 속에서 느껴지는 편안 분위기는 어색함이 아니라 익숙함이다.


다른 존재와 함께 있을 때 그 안에 흐르는 공기의 질감을 대화의 흐름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다는 건 1차원적인 관점이다. 그것을 넘어 마음의 흐름을 통해 전해오는 느낌이 전해질 때, 진정으로 어색한 관계를 벗어났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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