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끊임없이 공포의 대상이 되어왔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이 죽음을 두려워하여, 먹으면 불로불사할 수 있다고 알려진 불로초에 집착했었다는 건 제법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2천 년이 훨씬 지난 현대에도, 의미와 방향은 조금 달라졌을지 몰라도 불로불사의 가능성을 찾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큰 만큼, 죽음을 피하려는 의지 역시 그만큼 큰 것이다.
또한 단순히 이 공포를 피할 수 있다는 사실뿐 아니라, 이 외에도 영생이 주는 이점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나는 이 방면의 전문가는 결코 아니지만, 언젠가 늙어 죽음을 맞이할 존재라는 사실만으로도 자격이 충분하다고 감히 생각하여 이에 대해 작은 견해를 내놓아볼까 한다.
불로불사의 이점은 정말 그렇게 막대한 걸까? 분명 쉽게 답을 내리기는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희로애락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삶의 다양한 경험들을 모두 안고 영원히 살아야 한다면 정말 행복할까?
인간은 망각과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나는 이를 적극 지지한다. 불로불사에 대해 회의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자신들이 내세우는 수많은 단점들에는 망각과 적응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는 사실을 감안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보인다.
그래서 언젠가 불로불사가 현실이 된다면,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커다란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이가 불로불사를 포기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깊이 고민하게 될 거라는 생각도 든다.
어떠한 삶을 살든 100%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삶은 없을 거라는 게 내 견해다. 그리고 그 채워지지 않는 불만족이 언젠가 현재의 삶에 회의감을 들게 할 거란 사실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물론 불만족의 원인 자체를 극복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 봐야 또 어디에선가 불만족은 생길 것이다. 삶의 구석구석 모든 부분에 만족하기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불로불사의 부정적인 면을 들여다볼 때마다 삶에 대한 부정적인 면이 함께 부각되는 것 같아서, 결국 그것이 나의 현재 삶에 대한 얼마 안 되는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것 같아서 잠시나마 울적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적어도 현재로서는, 불로불사의 이점 같은 건 상관없이 그저 가능한 즐겁고 행복하게 살되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말고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게 나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