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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Sep 23. 2022

별과 함께였던 시절

나의 첫 직장은 공기가 맑은 동네에 위치했었다. 그래서 그 곳에 다니던 시절, 밤 시간, 야외에서도 그리 춥지 않은 계절, 그리고 맑은 날이 겹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별이나 보러 갈까?' 였다. 그만큼 내게 있어 별을 보는 건 매력적인 행위다.


마침 집 주변에는 운동장에 불빛이 거의 비치지 않는 학교가 있었다. 그곳 운동장에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누워 눈을 감으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곧 눈을 뜨면,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이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한꺼번에 들어올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절로 탄성이 나오는 광경이다.


그렇게 반짝이는 별들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천체를 쌍안경을 통해 찾아보기도 한다. 싸구려지만 그래도 눈보다는 훨씬 뛰어난 성능을 지녔기에 가볍게 관측하기엔 충분했다.


그러다가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에 생각이 미치면 애틋한 감정이 느껴졌다. 그리고는 장엄한 자연을 마주하고 있는 자신의 초라함에 현실감각이 희미해져오곤 했다. 자못 진부한 표현이지만 그때의 느낌을 이보다 더 잘 나타낼 수 있는 마땅한 표현은 없을 것 같다.


이직하며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어 기뻤지만, 가장 아쉬운 건 별을 보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그때의 그 느낌을 다시 느끼고 싶다면 제법 멀리, 큰맘 먹고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슬퍼질 때가 있다.


어느새 하늘 맑은 가을이 왔다. 조금은 쌀쌀한 저녁이지만 겉옷에 신경 쓰면 그리 추울 것도 없다. 게다가 날벌레들이 줄어 오히려 여름보다 더 좋은 점도 있다. 한마디로 별을 보기에는 딱 좋은 때다. 그래서 가을이면 돗자리 위에 누워 기대감에 젖어 눈을 감던, 별과 함께였던 시절이 특히 자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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