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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Oct 04. 2022

미운 시어머니 죽이기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제법 널리 알려진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미운 시어머니를 죽이기 위해 용한 무당을 찾아간 며느리가 있었다. 무당이 말하길 시어머니가 몹시 좋아하는 인절미를 백일 동안 매일 해서 주면 죽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참을 그렇게 하자 시어머니의 며느리에 대한 마음이 좋아져 며느리에게 잘해주게 되었다. 그리고 며느리 역시 자신에게 잘해주는 시어머니가 점차 좋아져 백일이 가까워오자 무당에게 가서 제발 시어머니를 살려달라고 빌었다. 그러자 무당이 웃으며 말했다.

“미운 시어머니는 벌써 죽었지?”



탄탄한 구성에 반전까지 숨어 있는 훈훈하고 교훈적인 완성도 높은 이야기이긴 하다. 하지만 여기에 나오는 방법적인 측면에 주목하여 접근해 보자면 몇 가지 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미움이라는 감정을 이겨내고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잘해주는 단계를 견뎌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인내로부터 오는 고통, 자존심의 상처 등이 수반될 수 있고, 또한 이 과정에서 잘해 주는데 드는 에너지와 시간 따위가 소모된다.


둘째는 타인의 감정을 움직여야 한다는 데서 오는 불확실성이다. 관계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잘해준다고 해서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없을지는 미지수라는 거다. 결과를 보장할 수 없는 도박이라는 점이 이 방법의 또 다른 어려운 점이다.


셋째는 관계가 변하게 된다 해도, 그 변화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미움이 깃든 관계에는 분명 원인과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 이를테면 인절미가 직접적 원인이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국 언제든 관계가 다시 악화될 수 있어 일련의 행동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관계의 개선은 그만큼 어렵다. 그래서 적지 않은 이들이 관계 자체로부터 도망쳐 거리를 두거나, 심하면 관계 자체를 끊어 버리곤 한다. 주변에서 숱하게 접하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 때문에, 미운 시어머니 이야기의 현실성이 낮게 느껴져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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