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다 May 16. 2023

조언의 자격

때때로 우리는 스스로도 실행하기 어려웠던 내용이 담긴 조언을 누군가에게 건네기도 한다. ‘정작 나도 그렇게 하지 못했던 행동을 조언이랍시고 말할 자격이 있는 걸까?’ 싶다가도 이내 다시 마음먹어본다. ‘너도 못 했으면서 왜 나 보고는 그렇게 하라는 거야?’ 반론에 할 말이 없어지지만, 그래도 염치없이 말을 이어간다. 따지고 보면, 그러지 못했다는 사실이 조언을 내밀 수 있는 자격의 유무를 결정하는 건 아니다. 비록 나는 못했지만 너는 꼭 할 수 있길 바란다는 진심이 있다면 충분한 것이다.


이를 테면 이별의 아픔으로 한동안 밤을 지새웠던 이가, 똑같은 일로 실의에 빠져 무기력해진 친구에게, 안타까운 일이지만 빨리 잊어버리고 훌훌 털어버리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거다. 비슷한 상황에서 쉽게 행할 수 없었던 과거가 분명히 떠오르지만, 그래서 지금 앞에 앉은 이에게도 쉽지 않은 일일 거라는 사실을 잘 알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조언을 하는 이의 마음의 밑바탕에는 어리석었던 자신에 대한 후회가 깔려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절실한 마음을 담아 진지하게 조언을 건넬 수 있는 건 아닐까? 바보같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지 않도록, 자신과 똑같은 후회를 하지 않도록 말이다.


그런 후회가 너무나 커서, 상담 따위를 요청받지 않았음에도 가까운 이에게 주제넘게 다가가게 될 때도 생긴다. 그리고 뭔가의 이유로 가까운 이의 행동에 상당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조언은 점차 조언보다 충고에 더 가까워질 것이다. 그리고 그 충고가 마땅한 근거를 두르지 않고 반복된다면, 충고보다 잔소리에 더 가까워질 것이다. 부모와 자녀 이야기다.


그럴 때 부모는 아무리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사실에 대한 조언이라 할지라도 경험이나 합리적인 생각을 꼭 곁들여 말해줄 필요가 있다. 스스로에게도 어렵게 느껴졌던 내용은 물론이고, 자신에게는 쉽게 이해되었던 내용이라 할지라도 마냥 강요해선 안 된다. 그러니까 자녀를 설득할 생각을 해야지, 명령을 내려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반면 자녀는 그런 조언에 대해 깊게 잘 생각해 보면, 처음에는 그저 잔소리로 느껴지는 내용이 결국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나 역시 부모님의 이야기를 항상 받아들였던 것은 아니지만, 분명 잔소리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지혜가 담긴 이야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것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자녀가 크면 나도 언젠가 조언을, 충고를, 잔소리를 하게 될 것이고, 자녀는 그런 나의 이야기를 때로는 경청하고, 때로는 흘려듣고, 때로는 귀찮아할 것이다. 그때 나는 이 글의 골자를 말해줄까 한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녀에게라도 함부로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부모의 모든 이야기를 마냥 무시해서는 곤란하다는 사실을 서로가 되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뻔한 조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