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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Oct 04. 2023

글쓰기 좋은 계절

나는, 글이란 결국 생각의 나열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생각의 나열에 불과하다는 다소 극단적인 표현을 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리고 잘 쓴 글과 못 쓴 글의 차이는 그 생각을 얼마나 잘 정리하고 잘 표현했는지에 달려있다고도 믿는다.


경험을 토대로 한 생각이든, 상상에 바탕을 둔 생각이든 상관없다. 수필이든 소설이든 어떤 장르도 무방하다. 어쨌든 타인에게 공개하려는 글이라면, 도대체 글쓴이의 생각이 무엇인지 읽는 이로 하여금 가급적 쉽게 알 수 있게 쓸 필요가 있다.


결국 글을 잘 쓰려면 그전에 먼저 뚜렷한 자신의 생각이 존재해야 한다. 꼭 깊게 공감 가는 생각은 아니어도 좋다. 단지 타인으로 하여금 한 번쯤 눈여겨볼 만하다고 여겨지는 생각이라야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가을은 글쓰기에 참 좋은 계절이 아닌가 한다. 더위에 둘러싸여 찬찬히 생각을 떠올리기보다는 바다의 차가운 물이든 집안 에어컨의 차가운 공기든 뛰어들기 바쁜 여름을 보내고 나면, 어디든 걸으며 사색하기에 적당한 시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어느새 초록을 잃고 다른 색으로 물들어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어떤 생각이든 떠올리기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누군가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가을이라고 특별히 생각이 많아지리라는 법이 어디 있어? 물론 사실이다. 하지만 생각에 잠기기 좋은 계절이라는 믿음이 실제로 생각의 지평을 넓혀줄 수 있다. 고로 이런 의문을 가진 이에게도, 결국 가을은 여느 계절과 마찬가지로 글쓰기 좋은 계절이 되는 건 마찬가지다. 굳이 예외를 둘 필요는 없으니까.


다시 가을이다. 유난히 더웠던 2023년의 9월이 가고 이제야 가을이다. 더디 왔으나 급히 떠나갈 가을이 아쉬워지기 전에 한 줄의 생각이라도 더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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