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감탄하게 되는 글에는 대개 생각뿐 아니라 감정도 담겨 있다. 그것도 아주 지독해 그 곁가지만으로도 감정의 내음이 충분히 짙게 뿜어져 나온다.
그런 글을 접할 때마다 자신을 돌이켜 보면 실망감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출구 없는 방에 가스가 차듯 뿌옇게 흐려져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언젠가 글은 결국 생각의 산물일 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는 잘 몰랐는데, 글은 생각뿐 아니라 감정의 산물이기도 하다. 떠오르는 생각과 느껴지는 감정이 글에 그대로 전해진다.
뒤집어 말하면, 어떤 글에서 감정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면, 이는 글쓴이가 의도적으로 감정의 개입을 최대한 배제했거나, 혹은 글쓴이가 감정 앞에 솔직하게 서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가 후자에 해당하는 것 같아 부끄러워질 때가 있다. 그까짓 감정이 뭐라고 드러내지 않고 감추는지 한심스러울 때가 있다.
결국 얼마 안 되는 감정조차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흩어지고 나면, 그래서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게 되면, 글 안에 감정을 담기란 참으로 어렵구나, 진실하게 느낀다.
하지만 우습게도, 이 감정마저 대개는 감춰진다. 바로 지금, 가까스로 잡은 실마리를 힘껏 뒤쫓아 어렴풋이 표현하기는 했지만, 다음은 또 기약이 없다.
언제든 글을 통해 감정을 드러내고 싶다. 쉬이 드러내고 싶다. 언젠가 가능할지 잘 모르겠으나 포기하지는 않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