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심심하면 책을 찾곤 하는데 요즘에는 책도 눈에 잘 안 들어와서 잠깐 켰다가 끄곤 한다.
영국 워홀을 하면서 영국 생활의 의미를 못 찾겠다는 느낌이 드는 요즘이다. 일단 영국에서 하고 싶었던 웬만한 일들은 이미 다 해버렸고, 여기 생활을 더 이어나가야 할 의미가 있는가?라는 생각이 드는데 나는 항상 있는 자리에서 만족을 못하고 자주 이동을 하는 편이라 그 어딘가로 옮긴다 해도 그 자리에서 또 떠나고 싶어질 것 같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고, 지치거나 기쁜 마음으로 찾아오는 고객한테도 관심이 없고 타인에게도 관심이 없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어제는 말도 하기 싫고 표정도 짓고 싶지 않은 날이라 고객 응대를 제외하고는 최소한의 표정과 말만 했던 것 같다.
( 근데 신기하게도 I랑 E는 그런 기분을 잘 알아챈다.
내가 유난히 감정이 얼굴에 잘 나타나기도 하지만 )
고객 관리할 때는 아예 생각 자체를 안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기도 하고, 너무 바쁜 상황에 기계처럼 자동적으로 고객을 맞이하고 배웅하고 그랬던 것 같다.
내가 이토록 바쁘게 영국 생활을 해야하는 의미가 있는가?
밥도 골고루 영양가있게 한식으로 잘 못 먹고 있는거 같은데-
( 물론 , 다른 음식으로 잘 먹고 있긴 하다.
물론, 한국 근무할 때보다는 훨씬 적은 시간을 근무하고 있긴 하다.)
내 마음을 나도 잘 모르겠을 때, 심리학 관련 책을 찾게 된다.
사람들은 보통 직업, 친구, 이성이라는 세 가지 문제에 대응함으로써 인생의 의미에 관한 확신을 얻게 된다는데,
현재 내 영국 생활에 직업 만족도는 높으면서도 힘들다.
친구는 있으면서도 없다.
남자친구는 가끔 만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없다.
힘들고, 없고, 없다 라는 생각이 영국생활의 의미없음을
부여하고 있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도 가끔씩 having note 해빙 노트를 쓰는데도
있는 것보다 없는 것에서 쉽사리 공허함을 느끼곤 한다.
어제는 그냥 문득 밤 10시쯤에 연락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신기하게도 엄마가 영통을 걸어왔다.
자주 내 개인 일기장에 쓰이는 가족의 존재에 대한 소중함, 내가 이 가족의 일원이라는 감사함 같은 것들..
고객으로 오는 사람들을 보다보면,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걸 느낀다. 최소 이 사람들이 5성급 호텔스파에 온다는건 경제적으로 크게 불편함은 없는 사람들 일텐데, 각각의 힘든점을 안고 온다는 것이다.
아무튼 … 그냥 나는 나를 믿어볼 용기를 조금만 내보는건 어떨까 ! 스스로를 믿는다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다는걸.
자주 겁을 내고 불편하다싶은 상황을 쉬이 회피해버리지만
( 아에 만들지 않지만), 자신을 믿는 용기를 내보자.
어쩌면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잘하고 있고, 잘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영국에 온 것 자체가 잘한 일이고, 대단한 일이다.
무언가를 너무 잘할 필요도 없으며
그저 어느 순간에 스스로를 잃지 않고, 믿어주는 일.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렇게 스스로를 믿어주는 일을
한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