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5성급 호텔에서 퇴사하기
두번째 사직서를 보내고, 3일의 휴무.
끝까지 잘 해내지 못한 것 같은 기분과 같이 근무하는 친구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죄책감으로 밀려드는 단계를
지나고 있다.
사직서를 보낸지 얼마 지났을까, 갑자기 운영하는 블로그에 협업 문의가 들어왔다.
보통은 광고제안은 보고도 지나치는 편인데, 이번껀 내가 잘 알고 이미 3번정도 다녀온 적이 있는 영국 쇼핑센터에 관한 내용이었다.
협업비로 제안된 금액은 호텔 일을 하면서도 충분히 고객에게 팁으로 받을 수 있을 만큼의 적은 금액이었다.
그럼에도 이 일을 해야겠다는 호기심이 일었다. 마침 3일 휴무의 첫번째 날이기도 했다.
이렇게 협업을 해본지가 기억도 안 날만큼 옛일이라 동생에게 연락해 이런 것이 스팸 광고로 내 개인정보를 캐내는 그런 무언가가 아닌가?하는 질문과 아니다 라는 대답을 듣고 제안에 응했다.
포스팅에는 가이드라인이 주어지고, 내가 쓴 원고를 업체에 보내서 확인을 받고 다시 내가 기간내에
포스팅하는 방식이었다. 생각보다 무척 체계적이고 까다롭다고 느껴졌다.
이 금액에 굳이 휴무의 시간을 써가며 할 일은 아닌데...... 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다음달이면 백수가 될 입장에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영국 5성급 호텔 직장인에서
영국워홀 백수가 될 내가 어떠한 발판이라도 마련해둬야 하지 않겠는가.
백수의 다른 말은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이 큰 인물이라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끝날 쯤, 한 단계씩 필요한 것들을 살펴보다가 주민등록증 사본이 필요하다는걸 알았다.
내가 영국에 가지고 온 건 운전면허증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참에 일찍 퇴사하게 된 것도 말할 참이었다.
"엄마 나 조금 일찍 퇴사하게 될 것 같아. "
- 왜 ?
" 그냥.. 일이 조금 안 맞는 것 같아서...어차피 퇴사할거 였으니깐"
- 그래, 거기 있는 동안 하고 싶은거 다 하고 그래.
"응 그러려고... (뭉클) "
엄마는 늘 이런식으로 말하곤 했다. 내가 뭔가를 결정하려고 엄마한테 물어보면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네 인생이니깐.
20대 초중반의 나는 그런 엄마의 말이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이젠 안다. 그렇게 스스로 내리는 결정이 늘어가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됐을때 누구보다 단단하게 인생을 오롯이 걸어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전화 중 엄마는 요양보호사로 하루 9시간씩 일하는 근무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엄마는 항상 나한테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하면서 왜 엄마는 하고 싶은대로 다 안해?"
- 집에 있는거 보다 나으니깐.
집에 있으면 잡생각이 많이 들어.
엄마는 늘 그렇게 긴 시간을 근무하곤 했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엄마한테 다른 세상도 있다고,
무조건 긴 시간 근무하는게 답은 아니라는걸 알려주고 싶은데 엄마는 엄마대로의 결정을 내리고
오늘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