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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자신을 살리는 날이 더해지기를

by 콘월장금이

지금도 성숙한 어른이 되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길을 걷다보면 앳된 친구들이 어느덧 나의 나이였던

20대를 보내고 있구나 보고 있노라면 그 시절의 내가

떠오르곤 한다.


친구들과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던 날들,

첫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졸려워서 2호선에서

깜빡 졸면서 순환하던 시간들.


나는 이제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도 줄고

술은 일주일에 한번 마실까 말까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러다보면 내가 겪어온 시행착오의 시간은 잊어버리고

그 시간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못내 답답하게 느껴지는거다.


거기서 그렇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걸,

술만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기엔 조금 더 나은 방향이 있을 수 있다는 걸 그 구간을 지나오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런 나를 본 동생이 말하길

모두가 다 깨달은 건 아니라는 것.


생각해보면 나는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는 판단을 하고 있던 것이다.


나도 아침까지 술 마시다가 언니한테 불려서 집에 끌려가곤 했지 않았던가..

그런 시간이 있었고 실컷 20대를 열정을 다해 놀았으니

지금처럼 운동에 즐겁고, 차 마시기를 즐기는 사람이 될 수 있었던게 아닐까.


이건 아마 취향의 변화라고도 볼 수 있다. 어느 정도 안정적인 마음을 갖고보니 불안정해보이는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이 마냥 위태로워보이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


그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는 것과 곁에 있어주는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 느껴질 때의 무력감 같은 것들도 지켜보는 이의 몫이다.


예전에 누군가와 약속을 했더랬다. 자기 자신을 살리자며.. 스스로를 사라지게 하는 것 말고 오늘은 나를 살릴 수 있는 것 하나쯤 해볼 수 있는 날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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