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프라다 가방이 하나 있다. 내가 가진 유일한
명품 가방인데, 재작년에 영국워홀을 온지 5-6개월 정도가 됐을 때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로 인생 첫 명품가방을 샀다.
3번째 워홀까지 나름 잘하고 있고 고생했다는 의미로 스스로에게 주고 싶었고, 그놈의 명품이 뭔지 사람들을 이른 아침부터 줄 세우고 누가 어떤 가방을 들었는지 때로는
그 가방인해 기가 펴졌다가 더 비싼 가방을 든 사람들에게 시기 질투를 느끼게 하는 그 세계가 궁금했다.
일단 기본 백단위가 넘어가는 소비는 내가 저걸 가질 만한 사람인가? 라는 의심부터 시작해 돈에 대해서 벌벌 떨며 망설이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적어도 나에게 명품 가방이란 그런 것이었다. 그래서 명품을 드는 사람을 과소비하고 허세 부리는 둥으로 나름 좋은 시선으로 못 봤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도 하나 사봤다. 그 높디 높게 느껴지는 명품이 도대체 갖게 되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궁금했던거다. 보상의 차원도 있었다.
첫 인생 명품 가방인 프라다는 말로 듣던대로 들고만 있어도 마음을 설레게하고 가방을 잡은 손끝으로 하여금 어떠한 우월감 같은게 확실히 느껴졌다.
하루 끝에 메고 들어온 가방은 보호백에 고스란히 잘 넣어 소중하게 다뤘다. 약 2년차가 되어가지만 여전히 그렇게 보관하고 있다. 내 인생에 추가 명품백이 있을까?는 사실 잘 모르겠는게, 처음 이 가방을 사보고 싶다는 궁금증이 어느정도 해소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살 수는 있는데 굳이 필요하지 않아서 명품백을 사지 않는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여전히 하나뿐인 프라다 가방은 설레임에 분명하고, 명품 소비에 후회가 전혀 없다.
높디 높은 명품. 나는 살 수 없을 것만 같은 가방을 갖고 살아보니 사실 이거도 그저 가방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제는 누군가 명품 가방을 든다고 했을 때 그저 기호식품처럼 필요하면 드는 것이고 아니면 마는 것이다 라는 시선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지금 나는 영국 시골에서 지내고 있는데, 캐리어와
프라다 가방 하나만 가지고 왔다.
근데 이 시골에서 이 프라다 가방이 하나도 빛을 발하지 않는다는게 패션에서 말하는 TPO ( time, place, occasion) 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여기서는 명품 가방보다 20-30분 떨어진 마트까지 걸어가서 장본걸 담아올 튼튼하고 넓은 에코백이 제격이라는거다. 양파나 마늘이라도 담는 날에는 가방이 더러워질까 걱정 안해도 되는 휘뚜루마뚜루 팔랑팔랑 가방이 최고다.
지나다니는 사람들만 봐도 그렇다. 시골에서는 명품백 보다는 에코백이 마치 동네 유행처럼 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아무도 내가 프라다 가방을 메고 나간다한들 관심을 기울인다거나 신경쓰지 않고, 물론 든지도 모른다.
명품 가방을 사면서 사람들이 알아봐주길 원하는 인정 같은걸 기대했다면 영국 시골에서는 아무도 본인에게 관심이 없다.
명품은 그저 나에게 명품인거고, 상황에 맞게 메야한다는 것 그리고 필요에 의해 가져야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