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직장인 한바탕 울고 퇴사를 앞당기다.

by 콘월장금이



모든 일은 일어날 이유가 있어서 일어난다.

괜히 일어나는 일은 없다고 하던가

어떠한 일은 잘 짜여진 장난처럼 한번에 오는 때가 있는 것 같다.


때는 전날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월요일 아침이었다. 어제도 요가를 하다가 울었던게 있어서 오늘 아침에는 웨이트로즈에 들려서 좋아하는 치즈빵을 샀다. 다른 빵보다는 가격이 아주 조금 더 나가지만 난 충분히 이걸 먹을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망설임없이 집었다.



출근을 해서는 빵을 한켠에 두고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려고 직원 탈의실에 갔다. 그리고 준비실로 돌아왔을 때는 리셉션겸 테라피스트인 A가 말하길 로타상 출근을 했어야하는 매니저님이 본인 스케줄을 변경해놓고는 팀에 알리는걸 잊어버린 모양이다. 더불어 꽉찬 스케줄의 한편을 담당하기로 했던 에이전시 테라피스트가 못 나온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15분 뒤면 오늘의 첫번째 관리가 시작된다. 예정대로 3명의 고객들이 라운지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현재 상황으로는 매니저님의 부재로 리셉션이 12시까지 비어있고, 고객 관리를 할 테라피스트는 나를 포함한 두명 뿐이었다.


그리고 에이전시의 관리가 매니저님의 조정아래 내 하루 중 빈틈이 있던 스케줄로 옮겨졌고 내 스케줄은 오버부킹이 되었다.



A가 나름 상황을 잘 설명해서 그 중 임산부였던 고객이 한시간 정도 기다리기로 잘 협의가 된 모양이다. ( 아마 대응으로는 관리 비용을 지불하지 않거나 할인이 들어갔을 것이다. )



우리는 두시간 관리였기 때문에 텅빈 리셉션과 라운지 고객을 돌볼 시간은 없었다.



내 오후 스케줄은 오버부킹이 되었고, 이 부분은 내가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었다. 누군가에 의해 정해지는 내 하루에 이미 몇번의 실수로 오버부킹이 일어나고 그 뒤에 수습으로 오는 해결과정이 나에게는 와닿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 어떠한 설명 또한 들을 수 없었다.


작년과 현재 1년사이에 여전히 화가 나는건 나 혼자. 그에 알맞은 해결 방안을 제시해주지 않는 매니저님 사이에서 나는 텅빈 공간에 소리치는 공허함을 느꼈다.



작년과 올해. 하나도 변한게 없었다. 변화라면 이제는 오버부킹에 대한 설명도 없어졌다는 것. 상황은 이미 A에게 들어 알고 있었으나 매니저님에 대한 신뢰가 끝났다는 생각 들었다.


오늘은 오늘 일만 생각해서 판단했어야 할까. 왜 나는 며칠전 크리스마스디너에서 매니저님이 직원들에게 돌린 크리스마스 카드 중 내꺼만 없었던 것까지 생각이 났던걸까.


나를 상관하기는 하는 걸까. 나는 그저 일만 하려고 여기에 온 것이 아닌데 말이다.



그 외 자잘한 일들까지 하나 둘 얹어지더니 더이상 내가 여기서 일할 이유가 없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이미 보낸 사직서와는 근무 일수만 봤을 때는 휴무를 제외하고 6일 차이가 난다. 굳이... 라고 싶다가 이 마음 상태로 일하는건 돈을 떠나서 내 정신건강에 좋은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놀라웠던건 며칠차이 안나니 그저 버티라고 말할 것 같았던 우리 자매님들이 그럴수록 빨리 나오는게 낫다고 말해주어 혈연에서 오는 깊은 감동을 느꼈다. )



일단 HR에 메일을 보내 이미 사직서를 보낸 상태인데, 오늘부터 퇴사 노티스 기간을 시작해도 되겠냐는 내용이었다.



몇시간 뒤, 가능하다는 답변이 왔고 퇴사를 앞당기는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것인지 물어왔다.


월요일 하루는 고객 관리가 꽉차 있었는데 무슨 정신으로 고객을 응대하고 관리를 했는지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마지막 관리에 들어가기 15분정도의 시간 중 매니저님께 문자를 보냈다. 나름 많이 놀랐을 매니저님이 끝나고 연락을 달라했고, 퇴근하고도 이미 멍해져버린 나는 그간의 지친 기분이 한번에 다 몰려왔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전화를 못 드릴 것 같다는 문자를 구구절절 보냈다.



그리고 저녁 집으로 돌아와 간단하게 과자랑 귤로 저녁을 때우고 오늘 하루와 지난 근무 시간들을 되돌아봤다.


나름 열심히 일한다고 했는데 그게 여기와는 맞지 않았던걸까. 아마 매니저님 또한 본인의 베스트를 한 것이고, 나 또한 최선을 다했다. 그저 매니저님의 솔루션이 나에게 와닿지 않았을 뿐이다. 이미 얼굴을 보고 여러번 얘기를 했던 부분이었던터라 오늘 통화를 한다고 달라지는건 없다고 느꼈다.



이제야 정말 이 직장을 떠나는구나 라는게 실감이 나서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 인연이 끝나감을 느꼈다.



여러 감정이 스쳤는데 나름 열심히 한다고 한게 결국 이런 대우구나 하는 생각. 내가 조금 더 영어를 잘했으면 의사소통 과정이 더 수월했을까. 애들이 컴플레인할 때 아직 이 포지션이 처음이니깐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을 취한 것마저 바보처럼 느껴졌다.



저녁 느즈막히 사직서의 날짜를 수정하여 죄송한 마음을 담은 메일을 다시 써내려갔다. ( 죄송합니다.. 하지만 안 죄송한 ...)



끝났다.



아직 한달이라는 기간이 남았지만 정말 끝났다.



늘 끝을 잘 마무리하는게 좋은거다. 일하면서도 좋은게 좋은거다 하며 대부분의 일에 긍정을 하고 감사함을 느껴왔다.


좋은게 좋은거라 하지만 그런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물렁하게 보여서 쉽게 대우해도 되는 사람처럼 비춰지는건 내 스스로를 너무 사랑하는 나로써는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혼자 타지 생활을 하는 나는 나를 지켜야할 의무가 있음을 느낀다.



금요일에는 아마 매니저님과의 대면상담이 잡혀있을거라 생각한다. 이미 퇴사 시점을 알리고 관리를 제외한 모든 부분의 일정에서 제외되고 있었던터라 이 변화를 받아들이는게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어떤 일이 생기면 타인은 이해하면서 스스로에겐 엄격한 내 자신이 때로는 옳지 않다고 느낄 때가 있다.


실컷 타인을 욕해줘도 괜찮은데 말이다. 타인을 욕함으로써 감정을 쏟고 뒤늦게 괜히 그랬나 싶은 불편한 감정이 나를 더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내 영국워홀의 첫 직장이자 마지막 직장이 될 호텔 근무의 경험은 충분히 다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한 사람에게만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써 그 일에 대한 내 대응 방식이나 근무하는 일에 대한 내 진심을 확인해보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이 일을 통해 느낀건 비단 매니저님만의 매니지먼트 능력이 아닌 그 방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지가 남아있는가였다. 그 대답에 나는 아니오 였다.



누구의 방식이 옳다 그르다 라는건 그걸 바라보는 해석과 생각의 차이에서 오고, 그저 우린 서로의 최선의 답을 내리고 행했지만 방식이 나에게 와닿지 않았던거다.



그래서 누구를 미워하기도 어렵다는게 내 생각이다.


( 차라리 그 사람이 정말 싫다!!!! 라고 말한다고 편해질 내 마음이 아닌거 같다. 가끔은 미운 사람을 그냥 미워하면 되는 일인데 말이다. 대인배인 척하는 일은 오늘도 참 어렵다고 느낀다. )



이렇게 사직서를 다시 보내고 나서도 침대에 누워 무기력함과 공허함을 느끼며 눈물이 흘렀다. 조금 더 잘 끝낼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과 함께. ( 눈물 젖은 곰인형을 베어본 적이 있습니까...?)



나는 늘 그렇듯 나를 회복하고 위로하고 챙겨야하는 것도 중요해서 이 감정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같이 일하는 친구들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저버릴 만큼 희생하고 착한 사람은 못 되는가보다.


내가 조금 더 프렌들리하게 대하고, 영어를 조금 더 잘했으면 상황이 나아졌을까.. 싶지만 그건 또 그 안에서 어떠한 일이 생겼을거라는걸 미리 짐작할 수 있다.



우리네 인생은 우리가 무엇을 가졌는가, 행했는가에 상관없이 재밌는 도전들을 우리 하루 앞에 던져놓지 않던가.



나는 이 곳에서의 생활을 아름답게 잘 마무리하고,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겠다.



내가 영국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 특히 직장내외에서 울고 웃고 했던 친구들에게 깊은 감사함을 느낀다.


이리 감정적이고 못난 나를 좋은 친구로 받아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나는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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