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적이 있나요
음악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세트도
이젠 다 멈춘채
무대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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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나고 난 후 ( 노래가사 중에서 )
하고 싶었던 세계여행을 지금 생각해보면 운좋게도 일찍 해본 나이었다. 27살 초반에 떠나 서른의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까지도 운좋게도 해외에서 지내고 있다.
처음 떠나본 장기 배낭여행은 매우 호기로웠으며 이 여행길에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을 만큼 불안정했다. 이제는 여러권 읽어본 여행기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의 시작처럼 나의 여행 또한 그랬다. 현재에 대한 불만족, 더 나은 이상을 향한 욕구는 나를 길 위에다 올려다 두고 두렵지만 딱히 큰 두려움을 없도록 초연한 상태를 만들어주었다.
서비스직에 근무하면서 우수사원, 최우수사원까지 20대의 열정을 우수수 쏟아내며 일해보니 친절한 얼굴만 남았고 마음은 울었다.
이기적인 여행을 하겠노라며 떠난 여행이었다.
짓고 싶은 표정만 지을거고, 하고 싶은대로만 할거다.
세상을 너무 친절하게 대했더니 나에게는 불친절했는지
내 마음이 컴플레인을 걸어왔다.
삐뚤어진 마음을 달랠 길은 그저 그 마음이 하고자 하는대로 두는 것이었다.
아시아 국가를 시작으로 유럽 그리고 북아프리카까지 약 6개월을 세계를 떠돌며 돌아다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의 일이 기억난다.
지난 6개월은 세상이 내가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이에 이렇게나 아름답게 존재하고 있었구나 하는 감탄과 놀라움 때로는 짖궂은 날에도 좋아하는 여행을 하며 지내니 다 괜찮았다.
셀 수 없이 많은 비행기를 타고, 셀 수 있을 만큼의 국가를 다니고 기억도 안 날만큼 많은 도시를 여행했다.
모든 것들과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듯
나를 주인공으로 하는 청춘 드라마는 애정을 가득 담을 만큼 눈 앞에 펼쳐졌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눈물이 흘렀다.
내가 주인공인 영화가 끝나가는 듯 현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애끓는 절절한 사랑을 한듯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열병처럼 여행을 앓았다.
삶의 희망을 찾은 듯 이제 인생의 정답을 찾았노라고 그렇게 소소한 행복을 느끼던 여행자는 이불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는 날이 길었다.
아무도 나에게 빛나는 여행 뒤의 이야기, 어쩌면 그림자처럼 다시 나를 덮는 시간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정답 없는 그 속에서 많이 아팠고, 좋았던 시간만큼 딱 그만큼의 그늘을 다시금 느껴야 했다.
아무도 내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 같은 감정까지도 말이다.
앞으로는 그 이야기에 대해 종종 풀어나갈 예정이다. 나의 게으름이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막지 않는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