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월
생각할 틈없이 내리는 비가 좋았고
세찬 비를 맞고 별일 아니라는 듯 걸어가는 사람들, 특히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만약 이 여행이 눈부시도록 좋은 날씨 속에만 있었다면 우리는 그 누군가를 불러와 함께하고 싶었을 것만 같다.
좋은 날은 좋은 사람을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하기 때문인데, 그런 생각할 겨를 없이 옷을 적셔되는 빗줄기에 피할 생각만 하면 되는거라 우리는 어쩌면 그 순간 그 곳에 있었다.
어이없을 정도로 맑은 날의 쿵 - 한 소리 그리고 때려붓는 우박과 소나기는 이 계절의 약속을 어긴 불청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비 내리는 날을 대수롭지않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어쩌면 영국이 이토록 성장할 수 있었던 하나의 계기이지 않을까,
보통 날씨는 우리네 인생을 투영하기도 하는데 마음의 날씨 흐린 날. 사실 그건 소나기처럼, 잔잔하게 내리는 비처럼 옷을 적실지언정 그 비가 영원하지만은 아닐거라는 작은 희망도 같이 들어있다.
사실 비온 뒤 콘월에서는 자주 무지개를 보여주곤 하지 않았던가.
비를 견딘 자가 무지개를 발견할 행운까지 얻는 일이다.
귀뜸없이 내리는 비와 이내 위로하듯 따라오는 무지개에서 나는 당황스러움도 느꼈고 곧이어 선물도 받았다.
내가 그러하듯 우리가 있던 자리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기를 바라며 - 뭐 사실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기도 하다.
날이 좋지 않아서 오히려 그 순간만 생각했던 지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