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기차 티켓 샀지? "
몇번이고 친구들에게 확인하고 확인하던 설레는 생일 준비 기간이었다.
한국인에게도 유명한 영국의 세븐시스터즈를 같이 근무하는 친구들과 휴무에 같이 가기로 한건데,
그 명수만 나까지 8명이었다.
영국 워홀을 하면서 런던에 근무하고 있는 우리에게 그곳까지 가는 길은 기차로 대략 한 시간 정도다.
그렇게 약 한달전부터 준비해온 날이 하나 둘 카운트되던 어느 날.
몸이 별로 안 좋았다. 감기에 걸린건지 몸살이 난거지 알 수 없었고, 코로나 키트로 검사를 해보니 선명한 줄이 뜨는게 양성이었다.
생일자 없는 내 생일날 친구들은 예정대로 근교여행을 떠났고, 그날 나는 혼자 방에 격리되어 타국 생활 중 몹시도 아프고 외로운 생일을 보냈다.
그 뒤, 드디어 코로나 음성이 뜨고 몸을 회복하여 출근이 가능해졌다.
친구들에게 여행이 어땠는지 물어보니 다들 너무 좋았다고 하기에 돌아오는 휴무에 혼자라도 가봐야겠구나 하는 다짐을 하게 했다.
휴무의 아침.
미리 예매해둔 기차표를 가지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오늘 무슨 날인지 도통 기차가 오지 않는건지 전광판에는 지연 안내만 여러번 나오고 있었다.
이미 한시간도 더 기다린 시간에 이게 뭐하고 있는건가 아직도 런던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니... 터져나오는 짜증을 누르고 인내심이 필요한 순간들이었다.
느즈막이 도착한 기차에 몸을 싣고 약 50분을 달려 도착한 브라이튼.
여기서 약 한시간 반을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여정이 남아있다.
그런데, 이 버스는 또 왜이리 안 오는지 혹시 내가 정거장을 잘못 알고 있는건 아닌지 다른쪽 정거장도 한번 걸어갔다오고 했다.
구글맵에 나오는 안내를 보니 주변에 공사를 해서 버스운행에 어려움을 겪어 지연된다는 내용이었다.
'아... 이런 운 안 좋은 날에 오게 되다니 ... 그냥 집에 갈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누군가 중국어로 말을 걸어왔다.
아, 중국인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는 바로 중국어로 말거는 남자에게 중국인이 아니라고 말했다.
실수한 듯 다시 영어로 버스가 언제 오는지 물어보는 그.
알고보니 나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그렇게 삼십분은 더 기다렸을까 - 드디어 버스에 올라탈 수 있었고, 스몰톡을 하던 그 남자애와 앞 뒤로 자리해 앉아서 가게 되었다.
사실 그때쯤엔 마라탕을 무척 좋아하던 내가 런던에 마라탕 맛집이 있나... 궁금하던 시기이기도 했던지라 이 중국인에게 마라탕 맛집 좀 알아내야겠다는 단순한 욕심 같은 것도 들어있었다.
마지막 목적지도 같았고, 돌아가야 하는 목적지 또한 같았다. 우연을 곁들인 버스정류장에서의 만남이 여행을 함께하게 하고 런던으로 돌아가는 기차까지도 같이 타게 했고 어쩌다 번호도 교환하게 되었다.
다음에 또 봤으면 좋겠다는 말과 조심히 집에 들어가라는 문자가 왔다. 얼마 뒤 우리는 바로 다음주에 훠궈를 먹으러 가는 약속을 잡게 되고, 그런 약속이 하나 둘 채워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