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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이라서 직장이 없어? 그럼 내가 만들어

by 콘월장금이

한평생 자영업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마치 그건 나의 그릇에 맞지 않는 무언가라는 생각과 함께 무언가를 책임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향과도 닮았다. 이 말은 즉슨 책임감이 강해서 책임지고 싶지 않은 건데.. 핑계가 되려나 모르겠다.


중국인 남편의 새직장을 따라 영국 콘월이라는 남서부 끝자락 작은 타운으로 이사를 왔다. 삽질하듯 면접을 보고 떨어지고 겨우 붙은 호텔에서 스파테라피스트로 근무하며 꾸준히 이직을 시도했으나 그마저도 계속 실패 중이다. 이 직장은 아니다는 생각은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 들었는데 그만두자니 하릴없이 집에만 누워있다가 이내 곧 무기력 해질 내 모습이 그려졌다. 그만두지는 못하고 이직은 안되고.. 아무래도 작은 마을에서 일자리 자체가 많지 않으니 그 사이 나 스스로도 지쳐갔다. 거절은 그럴 수 있지 근데 가능한 모든 곳에 지원을 했더니 더 이상 지원해 볼 수 있는 일터는 없고 계속 이 일을 하자니 어쩔 수 없이 다녀야 할 일이라 자주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이라 할 것은 돈 벌면서 무기력한 거라고나 할까..


어느 날에 도저히 버틸 수 없을 만큼 바디관리만 주구장창 할 때가 있다. 그럴 땐 분노 비슷한 감정이 끓어오른다. 자기네가 하는 일 아니라고 막 잡은 관리.. 오히려 그 반대는 아예 일이 없을 때다. 미친 듯이 바쁘거나 내리 8시간을 앉아서 버텨야 하거나..


그런 과정 속에 내 사업을 해야 된다는 마음이 분노 사이에서 싹을 틔었다. 자연스럽게 관리용 베드를 저렴하게 구매하게 되었고 준비과정이 하나 둘 이어져갔다.


고등학생 때 엄마 소개로 알바를 하면서 접하게 된 피부미용. 결과적으로 피부미용과에 들어가 전공을 하고 일을 한지도 어느덧 10년이 훌쩍 지났다. 바쁜 어느 날에는 미친듯이 기계처럼 일하다 머릿속에 초창기 내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지금처럼 되려고 그렇게 열심히 한 게 아닐 텐데.. 내 커리어의 끝이 여긴가? 정말 이게 다인가? 하는 무기력함은 스스로를 슬프게 만들었다.


집 한 공간에 홈살롱 형식으로 여성전용 관리실을 운영하려고 한다. 사실 이 시골에서 한국인이 영국인을 대상으로 가능할까. 한 명이라도 올까? 누가 집으로 관리받으러 오려나? 특히 이 콘월지역은 본인들의 프라이드가 강한 곳이라고 들었었다. 그런 곳에서 외국인이 개인 피부관리실을 열면 운영이 될까...?


사실 난 잘 모르겠다. 단 하나 분명한 건 지금 추진하는 이 일이 적어도 어릴 적 나한테 부끄럽지는 않을 일이라는 거다. 해볼 수 있는 거 다 해보고 그때 생각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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