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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여전히 피부미용 일을 하는 이유

by 콘월장금이

생각해 보면 참 어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내 나이 5학년쯤엔가 당시 육상부 언니를 따라 열쇠가게 스티커 붙이는 일을 했는데 다른 동네로 가 빌라를 돌며 문 손잡이 위에 열쇠가게 번호가 적혀있는 스티커를 붙이는 일이었다. 당시에 아마 7천 얼마를 벌었던 거 같고 그 돈으로 롯데리아에 달려가 대부분의 돈을 소비했던 기억이 있다. 학창 시절에는 뷔페알바, 졸업식 꽃판매, 방방알바( 방방 타러 온 초등학생들을 상대하며 그곳에 상주해 시간을 체크하고 돈을 받는 일을 도맡았다.), 베이커리알바, 편의점 등에서 일을 했다. 그 외에도 피부관리실에서 하교 후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그때 한참 고2~3학년 시기라 대학교 전공을 선택하는데도 영향을 받았다.


학교 성적은 중간쯤이었는데 그리 잘하지도 아주 못하지도 않으니 사실 갈 수 있는 학교가 많지도 않았다. 집에서 버스로 1시간 정도 걸리는 2년제 전문대 피부미용과에 입학하게 된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와서 그런가 이미 피부미용을 알바로 했어서 그런가 실기도 그렇고 이론 시험도 성적이상위권으로 나왔다. 보통 피부미용과 1학년때는 헤어, 메이크업, 네일, 피부를 다 배우는데 그중에서도 피부미용이 나에게는 가장 잘 맞았다. 그리 꼼꼼하지도 않은 내 성격과 무언가 결과를 내어 보여줘야 하는 다른 일은 나와는 맞지 않는 듯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피부미용일을 했다. 첫 직장에서는 스파 테라피스트로, 이후에는 에스테티션, 스킨케어트레이너 등의 직업명만 다르지 결은 비슷한 일을 계속해왔다. 그렇다고 직업을 바꾸려는 시도를 안 했나? 그것도 아닌 게 샐러드바에도 근무해 보고 요가 자격증도 취득하고 그랬다. 그러나 결국엔 하던 일로 돌아오게 되더라.


참 미운 일, 특히 해외에서 워홀로 피부미용일을 한다 하면 사람들 시선도 곱지도 않다. 그럼에도 왜 나는 여태껏 이 일을 한국, 호주, 캐나다에 이어 영국에 정착해 하고 있는 것일까.

일단은 타인의 시선과 편견에 부끄러워할 만한 일을 한 적이 없으며, 분명 힘든 일도 있고 이 일에 질리는 경우도 있지만 타인을 관리해 주며 도와준다는 기본적인 마음과 조금은 편안해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엔 되려 내가 평온을 찾기도 하니 말이다. 여드름관리를 해줄 때의 전, 후가 다르니 그것에서 오는 성취감도 있고 아로마제품을 다룰 때는 좋은 향을 맡고 평화로운 음악을 들으며 깨끗한 공간에서 일하니 그거는 그거대로 또 좋더라는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어느 한 직종에 오래 몸 담고 있다면 그

안에서 각종 드라마가 펼쳐질 텐데 실화이기도 하니 채널을 돌려 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끔 또는 자주 권태롭고 미운 이 직업에 여전히 몸 담고 있는 것은 아직 더 지내봐야할 이야기가 있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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