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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프셉 Aug 08. 2022

4월 14일 (#3 D1)

첫날은 언제나 두근거려.

트레이닝 첫 날.

프레십터와 프리셉티는 정식으로 얼굴을 본다. 항상 이 순간이 제일 어색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어색함은 잠시일 뿐, 바로 일을 시작해야한다. 첫날은 거의 뒤에서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 학생간호사와 ‘뭐가 다르냐?’ 얘기할 수도 있지만, 첫날은 ‘간호사’가 ‘무엇을’ 하는지 보기만 해도 퇴근할 시간이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내가 근무하는 병동은 team nursing으로 간호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혈액종양내과로, 각 팀은 환자 9명까지 간호하고 있다. 잘 걷지 못하시고, 식사도 잘 못하시며, 통증 조절이 어려운 3기 이상 환자들이 많이 온다. 나빠지는 환자도 많고, 임종하는 환자도 많다.


자, 오늘은 가볍게 인수인계부터 알아보자. 인수인계서식은 병동에서 따로 만든 것을 사용하고 있는데, 나는 최소한의 얘기만 적는 편이다. 더 적고 싶으면 더 적어도 된다.

맨위에는 오늘 날짜와 근무를 적는다.  나이트일때는 다음날짜도 적어야 헷갈리지 않는다. 오늘은 4/14->4/15 N라고적었다.

다음 그림을 보면서 노란색 번호 순서대로 살펴보자. 파란펜은 라운딩갔을때 확인한내용, 빨간펜은 담당의 확인된 내용을 적었다.



1) 환자 이름, 진단명, 담당의, 중심정맥관 유무와 퇴원 예정을 적는다. 라운딩 시 주사나 관에 입력되있는 정보와 매치되는지 드레싱과 날짜를 확인하여 추가 기입한다. 퇴원은 예고제로, 전날 이브닝이 처방을 이미 받았기 때문에 나이트에 적는 이름위에 왼쪽으로 나가는 화살표는 다음날 데이에 퇴원갈 사람을 표시한 것이다. 환자 이름 옆에는 담당교수님 성을 괄호에 넣고(혈종 담당교수님이 성이 겹치지않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중심정맥관이 있는 경우에는 이름에 큰 대괄호를 넣는다. 타과 교수님인 경우 해당 과와 담당 전공의 이름도 같이 적는다.

2) 통증, 식이, I/O ,ADL등등 확인할 필요없이 해야할 일을 적는다. 가장 실수하는 부분이 금식인데, 이는 왜 금식해야하는지 알지 못해서 인 것 같다. 의식수준 저하나, CT검사를 위하여 또는 ileus나 내시경, 수술예정등의 이유로 금식처방을 받는데, 이때 생각해야 할 부분은 (1) 금식사유가 해소하면 식이를 진행할 수 있는가? (2) 금식중에도 혈압약이나 아스피린등은 복용할 것인가? (3)당뇨가 있다면 당뇨약과 인슐린은 중단 및 저혈당예방을 위해 수액등은 변경하지 않는지? 를 담당의와 상의하고 인계되고 있어야한다.

예를 들어 우리의 나환자님은 7:30pm에 CT로 인하여 저녁식사를 금식했을 것이고,  검사를 하고 온 다음 저녁식사할 때 저녁약을 복용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에 김아파님이 의식수준이 떨어져서 금식을 시작하게 될 경우에는 어떤 경구약도 투약이 불가능하다. sips도 불가하다. 흡인 위험성이 높기 때문인데, 이럴때는 주사약으로 중요한약을 변경하는 방법이 있다.

3) 내가 챙겨할 중요한 일을 적는다.

항암치료나 통증조절에 대한 내용, 산소를 얼마나하고 있는지, 기계는 어떤게 연결되어 있는지, 중요한 약물들이 몇cc/hr로주입중인지 적는다. 산쿠소나 마트리펜패치와 같이 부착중인 약들도 적는다.

나치료님은 24시간 1L짜리 항암주입하는 환자가 4월 14일 3시부터 15일 3시까지 항암을 진행중이기 때문에 내가 첫 라운딩시 700ml 있어야하고, 마지막 라운딩 시 300~ 400ml정도 남아있어야 하기 때문에 투약시간을 적었다.

나환자님은 진통제를 bed side prep하고 있어 갯수를 확인해야 하는 환자이다. 이브닝동안 복용하고 1개 남았고, 자정이전에 복용하면 자정 이후에 다음날 처방으로 타서 환자에게 제공해야한다. 또한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지도 메모해야한다. 연세가 많으시거나, 스스로 개봉할 수 없는 분들을 간호사가 마약장에 보관했다가 통증 호소시 복용을 돕는다. 하지만 우리의 환자는 스스로 마약을 관리할 수 있어 환자 침대 옆에 두고 복용중이므로 pt(+)로 표시했다.

4)다음칸은 확인해야하는 부분이다. 담당의나, 환자 또는 보호자, 또는 다른 층에 확인해야 하는 사항을 메모한다.

김환자님의 보호자는 오늘 영양제를 맞고 싶어 해서 담당의 보고 후 처방받았다. 내일자 처방에는 영양제가 없는데,  보호자가 아직 잠들지 않았다. 라운딩시 확인하고 인계하여 담당의에게 얘기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5)활력징후 칸이다. 우리는 시술,수술이 많지 않고 정규로 가장 짧은 v/s처방이 q4hr 이기 때문에 두칸이 그려져 있다. spo2측정이 필요한 환자는 추가로 메모한다. 수혈이나 탈감작, CPR등으로 자주 측정해야 할 경우에는 새로 종이를 꺼내는 편이다.

6) 담당의에게 확인해야 할 내용을 적는다. 주로 노티해야 할 것을 메모한다. 바로 노티하지 않는 이유는 ‘뻘노티’를 하지 않기 위함인데, 한 번 더 환자를 보고 정말 노티해야 하는지 생각하기 위함이다. 내가 막상 라운딩 갔을 때 이유가 해소되었거나, 다른게 필요해진 경우가 많아서이다. 그래서 정말 급한일이 아니면 라운딩을 가서 환자가 원하는 바를 한 번 더 확인하고 노티장을 따로 작성한다.


인계사항에 궁금증이 있었던 것은 뒷장이나 밑부분을 활용하는데,  추가 인계를 받을 때 전부 확인하고 지운다.

그리고 해결된것은  ‘<-‘ 표시하거나 (+)로 표시한다.  퇴근 할때에는 모든 (-)가 (+)로 되어 있어야 한다.


인수인계서식을 이해했다면 EMR을 보면서 인수인계를 받아보자.

가장 먼저 ‘이 환자가 왜 왔을까?’하는 궁금증을 갖고 진단명과 주호소를 확인한다. 

왜 왔는지를 알아야 환자가 왜 이 수액이 들어가는지, 이 약은 왜 투약해야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가장 유심히 볼 부분이다. 단순하게 항암화학요법만을 위해 입원한 환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다른 문제를 함께 갖고 입원한다. 그러므로 항암차수와 날짜를 함께 세면서 어떤 치료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이해한다. consult에서 힌트를 많이 얻을 수 있는데, 협진 의뢰시 담당의가 친절하게 ‘왜’, ‘무엇 때문에’, ‘무엇을 하고싶다.’ 고 적어주기 때문이다.

다음은 오더창을 참고하여 식이가 제대로 입력되어있는지 확인하고, 가장 최근 검사결과 확인한다. 검사 결과를 처음부터 모두 이해하지는 못해도, 항암반응평가로 사용되는 CT, MRI,bone scan검사의  conclusion ,혈액검사 결과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아야한다. ‘그래서 이 환자가 항암화학요법 regimen을변경해야하는구나.’, ‘이 환자는 수술을 지금 할 수 없구나.’를 판별하는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전체 인계장/ N/D/E duty 인계장을 순서대로 읽고, 전날 있었던 일도 차례로 읽는다.

모두 확인한 후는 미실시를 확인한다. 과거 처방이면 왜 수행하지 못하였는지 확인이 필요하고, 미래 처방이면 수행할 준비가 필요하다.


인수인계도 모두 받았다면 라운딩을 다녀오자.

인수인계장을 들고, 환자 이름과 팔찌, 전산에 입력되어있는 정보들이 일치하는지(산소는 몇L인지, respiflow는 얼마나 남았는지, iv site 는 4일을 경과하지 않았는지, 각종 배액관의 드레싱이 잘되어있는지, 수액은 잘들어가는지 등) 확인해야한다. 전산의 정보와 환자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확인하는 절차 역시 필요하다. 자기전약 복용을 잊은 환자들의 약복용을 챙기고, 양질의 수면을 위해 낙상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소등해준다. 간호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병동에서는 간호사가 1시간마다 환자를 확인해야하고, 간호간병을 제공하지 않는 병동에서도 8시간에 3번은 환자를 확인하고 낙상, 욕창, 통증에 대한 사정을 해야한다.

  

모두 잘 주무시고 계시다면 본격적으로 나이트 업무인 다음날 오더받기 해보자.

처방을 받을 때는 전날과 다음날 처방을 비교하여 무엇이 바뀌었는지, 왜 바뀌었는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하면서 인수인계를 준비하고, 투약카드를 준비한다. 데이와 이브닝이 확인하고 투약해야할 수액, 주사 등을 챙겨야한다. 먼저 ‘약칸’과 ‘약카드’를 알아야 한다. 아래 그림을 참고하여 보자.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약칸은 투약카드를 보관하고, 내 근무동안 투약할 경구약을 챙기는 용도로 사용한다. 보통 위의 그림과 같이 자리가 정해져있고, bed 번호가 적혀있는 해당 칸에 해당 환자의 약을 챙긴다. 데이와 이브닝 모두 경구약을 두번씩 투약하는데, 약카드의 앞과 뒤로 구분한다. 예를 들어 데이의 아침약은 약카드 앞, 점심약은 약카드 뒤에 보관한다. (데이에는 정규약이 아직 안올라와서 10am경 점심약을 챙겨야하지만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다.) 파란 색의 8am부터12mn까지는 정규 투약시간인데, 애매한 점심식전 인슐린이나,오후 2시 투약인 경우 데이가 투약해야하기 때문에 8am칸에 투약카드를 보관한다. 예를들어 6시간 간격으로 하루 4회 투약하는 항생제를 8a, 2p, 8p, 2am 투약하게 되었다면 8am, 2pm을데이가 투약하고 약카드를 8pm칸에 넣는다. 24시간 간격으로 하루 1회 투약하는 항생제는 8am에 투약 후 완료칸에 뒤집어서 넣는다. 미결칸은 수액이 하루에 1L이상 투약할 때, 지금 연결된 수액 외에 추가 수액이 있을 때 약카드를 보관하는 곳이다. 수액도 연결을 모두 했다면 완료칸에 뒤집어 넣는다. 항암칸에는 데이 기준 12시, 이브닝 기준 5시에 투약될 항암화학요법 스케쥴이 짜여있고, 식전약은 각 듀티마다 투약될 식전약을 따로 빼놓거나, 항암화학요법 전에 투약할 약의 약카드를 빼놓는다. 이브닝에 마지막 라운딩을 돌고 완료에 있는 약카드를 모두 각 해당 환자 칸에 넣어 나이트가 오더를 받을 때 참고하도록 한다.


벌써 지친 것 같지만 아직 밤은 남았다. 투약카드가 어떻게 생겼는지까지만 살펴보도록 하자.

투약카드에는 5right(정확한 약물, 용량, 용법, 대상, 시간)이 기입되어있다. 확인하면서 투약업무를 할 수 있다. 분홍색 형광펜은 정맥투여, 파란색 형광펜은 피하와 근육주사 용법을 표시한 것이고, 경구약은 표시하지 않는다. 투약카드는 1회 용량x횟수x일수 순으로 읽어야하며(EMR에서는 총용량x횟수x일수로 보이니 주의해야한다.), 같이 혼합하는 약끼리 같은 숫자로 묶여서 처방되니 확인하고 혼합하면 된다. 항암은 약국에서 조제되므로 확인하고 투약시간만 짜면 된다. main fluid는 ‘하루 총량 몇L 중 몇L’이라는 의미로 숫자를 매긴다. 김아파님은 약1L 수액을 오늘 하루동안 투약할 예정이기 때문에 1-1(총1L중 1번째수액), 속도는 40cc/hr(15gtt)로 적었다. 옆의 나환자님은 2L 투약 예정이다. 데이는 2-1이 주입되고 있어야하고, 이브닝에는 2-2를 준비하고 연결해야한다. 여기서 김아파님 수액에 혼합될 노보래피드는 self처방으로, 이는 자가약을 의미한다. 노보래피드 100unit 1바이알을 필요한 환자에게 각각 처방받아서 유효기간동안 보관 및 투약이 가능하다. 노보래피드주는 100unit을 prep용으로 처방받고, 투약시에는 10unit/ml로 처방되니 용량을 주의해서 읽어야한다. 김아파님의 경우 위너프중심 1085ml에 노보래피드 8단위를 혼합해야하고, 9pm에는 4단위를 피하주사해야한다.


여기까지 설명하면 보통 해가 뜨기 시작한다.

오늘은 마무리하고, 이따가 밤에 출근하면 다음 것을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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