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붓다의 가르침의 핵심을 간추리면

by 오컴의 면도날 법칙


어느새 30년도 더 전의 일이네요.

스무살적에 저는 친구에게 나 자신 존재의 소멸을 원한다고 했습니다.

친구는 그 이야기를 듣더니 그렇게 되는 것은 두렵다고 하더군요.

저는 깜짝 놀랐는데요.

그게 왜 두렵지? 생사를 반복하고 노병사의 괴로움을 끝내는 길인데? 라고 생각했지요.

또한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내 생각과는 달리) 존재의 소멸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네요.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지도 못하고 가르침에 귀의하기 훨씬 전의 일입니다.


아주 단순한 사실이지만 이것이 부처님 가르침의 본질입니다.

탐진치를 연료로 삶은 구동되고 있으며 죽음을 넘어 끝없이 생과 사,

그리고 늙고 병듦의 괴로움,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미운 이와의 만남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그 어떤 권력자도 부자도 이 괴로움의 무한반복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오직 마음의 독인 탐진치를 뿌리뽑은 사람만이 무한궤도의 탈출버튼을 누를 수 있지요.


오컴의 면도날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설명하는 여러 이론이나 설명들이 있다면 그 중 가장 간단한 것이 진실에 가깝다고 합니다.

삶과 죽음을 꿰뚫는 마음의 법칙, 명상의 영역에도 이 원리가 통용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석가모니 붓다로부터 인도에서 시작된 불교는 2,500년 이상의 역사를 거치면서 힌두교와 융합되기도 하고 동남아와 티벳, 중국으로도 퍼져나갔지요. 동남아에서는 대체로 고유한 형태를 유지한 반면, 티벳에서 티벳 특유의 티벳불교, 중국에서는 도교와 융합되어 선불교를 이루게 됩니다 - 어떤 학자는 그래서 중국의 선불교를 '아버지를 (인도)불교로 하고 어머니를 도교로 하여 태어난 불교' 라고 표현했습니다. 도교를 바탕으로 하던 중국인들은 불교를 이해하기도 받아들이기도 힘들어했기 때문이라고 하죠. 이런 불교 역사 이야기를 장황하게 펼쳐놓는 이유는 붓다의 가르침이 후대로 가면서 너무 복잡해졌음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각설하고 다시 오컴의 면도날 법칙으로 돌아가봅시다.

부처님 본연의 가르침을 최대한 단순화해서 정리하면 (불교라는 종교에 휘둘리지 않고) 복잡하지 않은 몇 가지 단순한 엑기스들을 모아볼 수 있습니다 - 제 기준에는 37가지로 나누는 37보리분법은 이해 정도만 하면 되고, 나머지는 실천입니다. 실천의 목적은 탐진치를 비우고 버리는 것이고요.


붓다의 가르침의 엑기스에 관심있는 분들께 다음글 추천합니다.

https://cafe.naver.com/growingsoul/19988


keyword
작가의 이전글노자의 무위는 자기판단을 내려놓음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