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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제 전용석 May 14. 2024

[장자4]제물론(1)-오상아吾喪我 나는 나를 장례지냈다

산 나는 누구이고 죽은 나는 누구인가?

[장자4] 제물론(1) - 오상아(吾喪我, 나는 나를 장례지냈다) / 산 나는 누구이고 죽은 나는 누구인가?


필자가 노자에 대한 글을 쓰면서 모든 장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넘어간 부분들이 있었다. 노자의 도덕경은 근원적인 ‘도’ 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과 정치 등과 관련된 ‘치세’ 의 부분이 혼재되어 있기에 치세 부분은 언급하지 않은 이유이다. 장자의 경우 대체로 치세에 관한 언급보다는 ‘도’에 관한 다양한 비유들에 집중되어 있고 현재 진행중인 [내편]의 비교적 뒷 장에서 치세와 관련 있는 언급이 있기에 이에 대해서 어떻게 글을 전개할지에 대해서는 그 때 가서 결정하려고 한다.


앞에서 전개된 장자 내편 중 1편인 소요유도 그렇지만 지금 시작되는 2편의 제물론 역시도 참으로 장자 사상의 백미가 담겨있는 재미있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제물론(齊物論) 이라는 제목의 표현에서부터 학자들 사이에서는 그 해석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즉 기본적으로는 제-물론 이냐, 제물-론이냐 하는 것이다. 글자 그대로를 살펴 보면 齊(제)는 고르게 하다, 혹은 ‘하나로 하다’ 라는 뜻이며 물(物)은 사물, 론(論)은 이론이라는 의미다. 필자는 학자들 간에 분분한 의견에 대해서는 지금 언급하고 싶지 않고 명상적인 인식의 바탕 하에서 이후 전개될 내용들을 바탕으로 하여 최대한 단순하게 보려고 한다 - 학자들 간에 어떤 의견으로 나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자면 논문도 많이 있을 것이고 간단하게는 현재 글에서 원본을 번역한 텍스트를 참고하고 있는 오강남 저자의 책을 보아도 좋겠으니 관심 있는 독자는 참고하시면 되겠다.


앞에서 제(齊) 란 ‘하나로 하다’는 의미라고 간단히 표현했다. 즉 세상의 모든 다양한 사물에 대해 ‘하나’ 로 본다는 뜻이다. 명상에 대해 논하는 서적들을 좀 탐독한 분들이라면 이 ‘하나’ 라는 단어를 익히 들어보았을 터다. 영어권 저자가 쓴 책에는 ‘하나’ 라고 표현하면서 영어로는 ‘THE ONE’ 이라는 표현으로 함께 기술하기도 한다. 즉 궁극적 우주의 근원인 ‘하나’ 를 의미한다. 장자가 쓰는 제물론이라는 제목에서 제(齊)의 관점이 바로 이 ‘하나’ 이다. 그래서 이것은 모든 상대성 - 크거나 작고, 길거나 짧고, 높거나 낮고, 밝거나 어둡고, 하는 등 - 을 초월해서 상반되는 그것들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관점으로 본다. 동양철학적 표현을 바탕으로 하면 음양의 대립인 태극을 초월하여 무극의 상태를 지향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장자 내편의 2편인 제물론에서 장자가 어떤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도록 하자.




나는 나를 잃어버렸다


  1. 남곽(성곽 남쪽)에 사는 자기(子綦)라는 사람이 책상에 기대앉아서 하늘을 쳐다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이 마치 자기 몸과 마음을 다 잃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 앞에서 모시고 서 있던 제자 안성자유(顔成子遊)가 물었습니다. “어찌 된 일입니까? 몸도 이렇게 마른 나무 같아질 수 있고, 마음도 죽은 재(灰) 같아질 수 있습니까? 지금 책상에 기대앉아 계신 분은 이전에 이 책상에 기대앉아 계시던 그 분이 아니십니다.”

  자기(子綦)가 말했습니다. “언(偃)아, 참 잘 보았구나. 지금 나는 나를 잃어버렸다. 그런데 네가 그 뜻을 알 수 있을까? 너는 사람들이 부는 퉁소 소리를 들어 보았겠지만, 땅이 부는 퉁소 소리는 들어 보지 못했겠지. 설령 땅이 부는 퉁소 소리는 들어 보았을지 모르지만, 하늘이 부는 퉁소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하늘의 퉁소 소리

  2. 자유(子遊)가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 감히 물어 보아도 되겠습니까?”

  자기(子綦)가 대답했습니다. “땅덩어리가 뿜어내는 숨결을 바람이라고 하지. 그것이 불지 않으면 별일 없이 고요하지만, 한 번 불면 수많은 구멍에서 온갖 소리가 나지. 너도 그 윙윙 하는 소리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산의 숲이 심하게 움직이면, 큰 아름드리나무의 구멍들, 더러는 코처럼, 더러는 입처럼, 더러는 귀처럼, 더러는 목이 긴 병처럼, 더러는 술잔처럼, 더러는 절구처럼, 더러는 깊은 웅덩이처럼, 더러는 좁은 웅덩이처럼 제각기 생긴 대로, 물이 콸콸 흐르는 소리, 화살이 씽씽 나는 소리, 나직이 꾸짖는 소리, 숨을 가늘게 들이키는 소리, 크게 부르짖는 소리, 울부짖는 소리, 깊은데서 나오는듯한 소리, 새가 재잘거리는 소리 등 온갖 소리를 내지. 앞에서 가볍게 우우 ― 하는 소리를 내면, 뒤따라서 무겁게 우우 ― 하는 소리를 내고, 산들바람이 불면 가볍게 화답하고, 거센 바람이 불면 크게 화답하지. 그러다가 바람이 멎으면 그 모든 구멍은 다시 고요해진다. 너도 저 나무들이 휘청휘청 구부러지거나 살랑살랑 흔들리기도 하는 것을 보았겠지.”
 

  3. 자유가 말했습니다. “땅이 부는 퉁소 소리란 결국 여러 구멍에서 나는 소리군요. 사람이 부는 퉁소 소리는 대나무 퉁소에서 나는 소리인데, 하늘이 부는 퉁소 소리란 무엇입니까?”

  자기가 대답했습니다. “온갖 것에 바람을 모두 다르게 불어넣으니 제 특유한 소리를 내는 것이지. 모두 제 소리를 내고 있다고 하지만, 과연 그 소리가 나게 하는 건 누구겠느냐?”

- 오강남 교수 번역의 장자 본문 내용에서 발췌



장자 전체를 통틀어 아주 중요한 대목이지 않을까 싶다. 

그것은 바로 ‘나는 나를 잃어버렸다’ 이다. 원문을 살펴보면 오상아(吾喪我) 라 되어있다. 직역하자면 ‘나는 나를 장례지냈다’ 라는 의미가 된다. 결론적으로 ‘나는 죽었다’ 쯤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앞의 나(吾, 오)와 뒤의 나(我, 아)는 같은 나를 뜻함은 아닐 것이다. 짧은 한자 지식으로 글자들을 살펴보면 오(吾)와 비슷한 글자 중에 오(悟)라는 글자가 있는데 이것이 깨달음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나는 나인데 (吾) 심방변(忄, 마음-깨달은 마음?)이 붙어서 깨달은 사람(悟, 참나)이 되는 것이다. 뒤의 나(我)는 일상적이고 표면 의식에 가까운 나로 이해하면 된다. 가짜 나가 죽었으므로 참나가 주인(상주)이 되어 가짜 나를 장례지낸 것이다.


그런데 이런 달라진 상태를 묻는 제자에게 자기선생은 ‘하늘의 퉁소 소리’ 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핵심적인 내용은 되묻는다. ‘그 소리가 나게 하는 건 누구겠느냐?’


- 그 ‘소리가 나게 하는 것이 누구’ 인지 궁금하다면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ㅎㅎ


- 明濟 전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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