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바뀌어도 마음은 바뀌지 않는다
아주 어릴 때의 일이라 선명한 기억은 아니지만 화장품 방문판매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기억이 있다.
이름만 듣고도 어떤 업무의 직업인지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그 누나들은 초록색 유니폼을 입고 화장품이 잔뜩 득 가방을 짊어지고 다녔다. 짙은 화장을 한 얼굴로 온갖 화장품들을 방안 가득 늘어놓고 열심히 설명하던 기억이 난다.
지금 그녀들은 은퇴를 하고도 한참을 지났을 나이일 테지.
꼬부랑 할머니가 되었을까?
기억을 되짚어보니 여덟 살 남짓한 당시의 내 나이와 열다섯 터울이라 생각하면 꼬부랑 할머니까지는 아닐 수도 있겠다.
화장품 시장도 한국 내수 시장에서 엄청나게 성장했을 것이다.
제조 강국의 타이틀을 단 대한민국은 수출 시장에서도 엄청난 성장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그 많던 화장품 방문판매원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기술을 바탕으로 한 큰 사회적 개혁의 물결이 쓰나미처럼 밀어닥쳤다.
인터넷 판매로 유통의 중심이 옮겨갔다.
스마트폰의 시대를 지나 AI의 쓰나미가 사회를 덮치고 있다.
그리고 또......
삶은 여전히 때론 즐거움으로 또 때론 괴로움으로 점철된다.
평균 수명은 늘어날지라도 생로병사의 괴로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희망과 절망 속에서 웃고 울며 살아가는 삶은 바뀌지 않는다.
현실이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지천명의 세월을 지나는 동안 내가 터득한 요령 하나가 있다.
우리 마음은 요술쟁이다.
어떤 가혹한 현실이라 하더라도 의지만 있다면 그것을 달리 해석할 힘과 능력이 있다.
나치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로고테라피를 창시한 빅터 프랭클이 말했듯이,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그러니 원한다면 무엇 하나 심각할 일이 있겠는가.
바꾸어 말하면 원한다면 얼마든지 심각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무엇을 원할지, 어떤 마음을 선택할지는 자신의 자유.
나라고 늘 마음대로 - 현실이 아닌, 마음을 마음대로 -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삶이란 게 그리 녹록한 과정은 아니지만 잊지 않고 기억하며 살려고 한다.
세상의 변화가 나의 변화는 아니다.
세상의 변화가 마음의 변화는 아니다.
그러므로 마음은 항상 알아차리고 비우려 힘쓰며
오늘도 나의 길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