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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마음으로

'나'라는 존재조차 내려놓는 마음의 평화

자신을 바꾸려 애쓸수록 더 멀어진다.
진정한 변화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순간 시작된다.
마음마저 내려놓을 때, 평화는 저절로 찾아온다.



일반적으로 타고난 몸의 체질을 바꾸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소음인이니, 태양인이니 하는 사상체질의 경우를 생각해 봐도 그렇죠. 자신이 어떤 체질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게 적절히 대응하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마음의 경우는 어떨까요?

체질을 운운하며 고정된 패턴을 상정하는 몸과는 달리 마음의 경우에는 얼마든지 쉽게 바꿀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예전에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있어요.

자신은 원래 내향적인 성격이었답니다. 하지만 엄청난 노력 끝에 외향적인 성격으로 자신을 바꿔놓았죠. 스스로 생각하기에 더 나은 성격으로 바꿨고, 원하는 상태를 이루고 '성격 개조'에 성공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답니다. 분명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뀌면 더 행복할 거라 생각했는데 사실은 정반대였다는 거였죠. 오히려 더 불편하고 힘들게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항상 맞지 않는 불편한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요.


요즘은 마음의 패턴, 성격 유형을 파악하기 위해 MBTI가 많이 유행하는데요. MBTI는 융 심리학에 그 바탕을 두고 개발된 것이죠.


이보다 훨씬 오래된 전통을 가진 유형론에 애니어그램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애니어그램은 그 기원을 이슬람 신비주의인 '수피즘'에 두고 있어서 훨씬 더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후 중세와 근대를 거치면서 카톨릭 내부에서 발전되고 성숙된 면이 있고, 현대에 와서 그 시스템의 일부가 성격유형론으로 이어졌습니다.


애니어그램은 기본적으로 개개인의 성격유형을 9가지로 구분하는데, 그렇게 치면 MBTI의 16가지 패턴보다 훨씬 단순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애니어그램은 9가지 유형의 양쪽 2가지 유형을 '날개'라고 해서 부수적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전혀 다른 유형의 패턴을 사용하는 등 훨씬 더 복잡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시스템이거든요.


몸이 체질을 바꾸어서 더 건강해지기보다는 타고난 대로 잘 가꾸어서 건강해질 수 있듯이, 애니어그램에 의하면 마음의 유형 역시도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타고난 대로의, 진정한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잘 알고, 진정한 자신이 되려고 할 때 행복과 평화는 가까이 있을 것입니다.


반대의 길 또한 너무나 명확하지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 다른 모습이 되려고 노력하는 만큼 본연의 행복과 평화는 멀어지고,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처럼 불편해지고야 말 것입니다.


자신을 바꾸려 하지 마세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가 바로 기적의 시작입니다.

자신을 바꾸려 애쓸 때 소모되던 에너지가 점점 줄어듭니다. 본연의 자신으로 돌아갈수록 에너지는 오히려 충만해집니다.


어느 순간 느껴지게 됩니다.

'아, 있는 그대로, 편안하구나.'


서양 속담에 'You are what you eat'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먹는 것이 당신이다'라는 뜻인데요. 이것은 분명 우리의 몸에 대한 표현이고 먹는 음식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뜻이지요. 그런데 이처럼 몸이 음식으로 구성되고 변화하듯, 인도의 성인들은 좀 다른 의미로 '마음' 또한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당신의 마음은 음식과 다르지 않다'라고요.


결국 이 말이 지니는 의미는 우리가 그토록 '나'라고 여기며 집착하는 '마음'이라는 것조차 형성되고, 변화되며, 결국에는 소멸되어질 무상(無常)한 대상일 뿐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현대 과학이 추구하는 결과와도 그다지 다른 결과가 아니죠. 과학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몸을 바탕으로 했을 때 그 어디에도 '나'라고 의식할 만한 구체적인 대상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하니까요.


사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라고 여기는 마음, 그토록 구체적으로 느껴지는 대상과 함께 살아갑니다. 함께일 수도, 동일시하면서일 수도요. 그것의 구체적인 실체가 이론적으로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이것으로 직접적인 희노애락을 느낍니다. 기뻐하고 행복해하고, 괴로워하고 불행하게 느낍니다. 결국 외부적인 사건보다도 더더욱, '나'라고 여기는 대상을 어떻게 대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은 전혀 다르게 느껴질 것입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되어야 할 어떤 다른 존재로서의 상(想)을 세워놓고서 그것을 붙잡고 씨름하고 있다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란 그만큼 힘들어질 것입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이것은 자신에 대한 포기이고 방임이 아닙니다. 집착으로 붙잡음으로써 굳어지고 경직되는 것과는 반대의 길이죠. 보다 유연하게 변화의 물꼬를 터줌으로써 진정으로 되어지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향하게 하는 지름길인 것입니다.


진정한 변화의 기적이 바로,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니 어떤 마음에도,

설령 그것이 '나'라는 모양을 가진 마음이라 하더라도 집착하지 마세요.

있는 그대로 일어났다가, 지나가도록 놓아두세요.


결국, 어떤 마음도 자기 자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되어질 것은 스스로 되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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