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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마음에 쉼표 하나

내려놓는 마음이 주는 깊은 평화

사람들은 잊었다.

그저 가만히 있는 법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런 목표도 지향하지 않고,

그저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있는다는 것.


남는 것은 오직 하나.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뿐.

그 외의 것들은 덧붙임일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되지 않은 마음에는 많은 것들이 오고 간다.

과거에 대한 회한,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

아무런 유익도 없는 생각과 감정들...


심지어 '명상'이라 이름 지워놓은 행위를 할 때조차도

사람들은 그 미래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한다.

이렇게 되어야만 해, 저렇게 해야만 해...


명상가인 아잔 브람은 말한다.


"마음을 나의 마음이라고 여기지 마십시오.

수행을 자신의 것으로 소유하지 마십시오.

소유하지 않으면 책임이 없습니다.

수행에서 진전을 이룰 필요도 없습니다.

깨달음을 얻을 필요도 없습니다.

어떤 것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방문객입니다."


흙먼지가 잔뜩 든 물통을 흔들어대면 물은 흐려질 뿐.

그저 놓아두면 흙먼지는 가라앉고 물은 맑아진다.

바쁜 마음에는 평화가 없다.

그러니 하루 십 분이라도 가만히 홀로 앉아 마음을 놓아두기를.

들이쉬고 내쉬는 자연스런 호흡만이 남아 현존하기를.


13세기 신비주의 시인 잘랄루딘 루미가 노래한 마음.

800년이 지나도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지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며

오늘도 쉼표 하나 찍으며 걸어간다.




여인숙

잘랄루딘 루미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일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거나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그렇다 해도 각각의 손님들을 존중하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후회

그들을 문에서 웃으며 맞으라

그리고 그들을 집 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하게 여기라


모든 손님은 저 멀리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루미의 시처럼,

우리의 마음을 찾아오는 모든 생각과 감정들, 그리고 사건들

그것이 어떤 것이든 그저

손님처럼 환대하며 흘려보내야 함을 잊지 않기를...


그리고

크거나 작은, 지능적이거나 그렇지 않은

모든 존재가 평안하기를,

'나'라고 부르는 이 존재 또한 그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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