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코끼리와 미친 원숭이를 쫓는 법
어느새, 또 한주가 지나고 어김없이 찾아온 토요일.
매주 일요일마다 연재 중인 '한 걸음의 명상' 브런치북에 올릴 글감을 찾아봅니다.
머리가, 생각이 온 우주, 온 마음, 온 집안(?)을 찾아 헤맵니다.
창문도 없는 답답한 벽으로 둘러싸인 방에 갇힌 듯 답답합니다.
오늘따라 맨땅에 헤딩만 계속하는 기분이 듭니다.
노트북 pc 앞에 한 시간 동안 앉아 머리만 굴리다 보니 온몸의 기운이 다 빠지는 느낌...
노트북을 덮고 소파로 자리를 옮겨 앉아서 생각합니다.
쉬는 방으로 가 리클라이너를 기울이고 앉아 햇빛도 쬐어봅니다.
좋아하는 음악도 한 곡 들어봅니다.
그러다 30분 정도 잠듭니다.
......
다시 노트북을 켰어요.
마냥 PC 앞에 앉는다고 답이 떠오를 리 없지요.
오늘은 아침부터 재난알림이 시끄럽더니 국가전산망 서버 화재 뉴스가 시끄럽네요.
언론, 뉴스야 늘 그러니, 그러려니 합니다.
가만히 마음을 살펴봅니다.
'그것'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자꾸 튀는지를 살핍니다.
'그것'은 여기로, 또 저기로,
이것을 해야 한다, 저것을 말아야 한다, 온갖 생각, 감정, 느낌, 의무, 화, 짜증...
그런 것들을 향해 뛰어다닙니다.
마음의 속성이란 그런 것이지요.
그래서 명상의 전통에서는 마음을 '술 취한 코끼리'나 '미친 원숭이'에 비유하곤 합니다.
'그것'은 '나'가 아닙니다.
'그것', 그저 '그것'일뿐.
그것과 나를 '동일시'할 때 우리는 많은 문제를 겪고, 그로부터 벗어나기 힘들어집니다.
그러한 괴로움의 '동일시'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그저 '살펴보는' 것이죠.
거창하게 명상을 한답시고 가부좌, 반가부좌를 틀고 앉아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특별한 지도와 가르침 아래 특정 수행 방법을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 물론 그러한 특정한 방편의 수행으로 얻게 되는 장점은 분명히 있습니다만, 이 글에서의 주제가 아니기에 여기서는 '쉬운 명상'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나름 오래 명상을 해왔다고, 지도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저조차도 잠시 잊었네요.
마음을 간단히 추스릅니다.
노트북을 앞에 둔 책상에 앉은 채로 마음을 살피고, 다시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아주 간단히, 규칙적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호흡을 알아차립니다.
그저 이런 몇 초만으로도 술 취한 코끼리와 미친 원숭이들이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복잡한 생각과 혼란으로 점철된 마음이 안정과 평화를 되찾습니다.
너무나 간단한, 단 몇 초의 마음챙김과 알아차림의 효과이지요.
오늘은 이런 아주 간단한 명상의 인식만으로도 꽉 막혔던 자판의 물꼬가 트였습니다.
단 몇 초의 과정으로 '연재 시한의 압박'으로부터 해방되었네요.
글쓰기만 그렇지는 않을 테지요.
살아가면서 부닥치는 많은 문제들이 그럴 것입니다.
제가 스무 살 적에 어떤 책의 한 문구를 보고 전율을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요.
몸 안에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 안에 몸이 있는 것이다.
이후로 저는 다음의 생각을 떠올리고 그러한 경험들을 하며 살아왔답니다.
살아가며 경험하는 모든 일들은 마음에서 시작되고 마음에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