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삼매와 업장 소멸, 깨달음의 관계

(1)삼매에 든다고 업이 해소되는 것이 아니다. (2)삼매가 깨달음인가?

세간에는 삼매(선정)에 대한 여러가지 오해들이 있습니다.


삼매에 들면 업장이 해소된다.

삼매는 깨달음이 아니다.


하지만 부처님의 본래 가르침(초기불교)을 제대로 알면 이런 오해는 생기지 않습니다.



먼저, 삼매에 든다고 업이 해소되는 것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예로 99명을 죽이고 그 손가락을 잘라 목걸이를 했던 앙굴리말라를 들 수 있습니다.

희대의 살인마였던 앙굴리말라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 그 업이 다 소멸되었던 것이 아닙니다.

일부 업이 발현되어 마을에 나갔다가 흠씬 두들겨 맞고 들어오기도 하죠.

그는 붓다의 지도를 따라 수행하여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아라한이 되었고, 다시 태어나지 않음으로 남아있는 막대한 업을 받을 일이 사라졌습니다.

즉 모든 선정(삼매)을 구족하고 상수멸에 들어 해탈, 아라한이 되어 업의 상속자가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업은 빚과 같습니다.

사회에서 진 대출은 파산신청으로 탕감이라도 될지 몰라도 행위로 지은 업은 그 결과를 온전히 경험하기 전에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업은 원인에 대한 결과로써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다만 돌아오는 결과를 받을 존재 자체가 없다면 업을 받음으로 해서 경험할 괴로움도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면 도대체 업에 대해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아라한이 되어 업을 상속할 존재 자체가 사라지게 하기까지는 너무나 지난한 여정일 수 밖에 없는데요.


첫째로 '추가업'을 짓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에게 오는 모든 경험들에 대해 손님 맞이하듯이 곱게 맞이해야 합니다. 기존 업에 저항하면 사라지지도 않을 뿐더러 추가업을 생성하기 때문입니다. 곱게 맞이하고 저항 없이 있는 그대로 경험하면 기존업은 사라집니다. 과거에서 비롯된 원인이므로 그 결과에 저항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죠.


둘째로 '계청정'을 이루는데 힘써야 합니다.

계란 반드시 지켜야 할 항목들로 이루어져 있지요. 팔정도의 바른 말, 바른 행위, 바른 생계에 해당됩니다. 이는 미래에 악업을 줄이고 선업을 늘이는 원인이 됩니다. 점점 더 좋은 조건에서 태어나 더 효과적인 수행을 가능하게 하지요. 또한 완전한 계행의 완성을 이루면 이 자체로 수다원이 되어 2-7생 이내에 아라한이 되는 조건이 됩니다. 바른 깨달음의 흐름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셋째로 항상 탐진치(탐심, 화, 어리석음)를 비우는데 힘써야 합니다.

탐진치는 윤회를 이어가는 기본적인 연료입니다. 즉 윤회의 동력이 되는 것이죠. 삶이란 아무리 잘 운영한다 해도 기본적인 업을 생성하며 윤회가 이어지는 한은 괴로움을 완전히 끊을 수가 없습니다.




다음으로 삼매가 깨달음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하여.


맞습니다. 삼매는 그 자체로 깨달음이 아닙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른 삼매' 는 깨달음으로 향하는 바른 여정이 됩니다.


'바른 삼매' 란 붓다께서 설법하신 8단계의 삼매이지요.

초선(1)부터 시작해서 2,3,4선, 그리고 공무변처(5선), 식무변처(6), 무소유처(7), 비상비비상처(8)의 여덟 단계의 삼매를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어야 삼매를 구족(완성)했다고 합니다. 자유자재로 드나듦이라는 것은 1-2-3-4-5-6-7-8선으로 올라갔다가 8-7-6-5-4-3-2-1로 내려올 수 있어야 하는데요. 부처님이 열반하실 때 이 단계를 보여주신 후 다시 1-2-3-4선으로 해서 4선 단계에서 완전한 열반에 드셨지요.


그런데 이런 삼매만이 아니라 삼매를 구족한 후에 그런 초인적인 마음의 정지상태에서 annica(무상), dukha(고), anatta(오온이 참나가 아님)을 철견할 수 있어야 하지요. 이를 제대로 보기 위한 조건이 삼매입니다. (이런 부분은 저도 머릿공부만으로 바탕한 것이기에 쓰기도 좀 그렇긴 하지만 일단 워낙 사견에 물든 분들이 많아서 부끄러움 무릎쓰고 적어보았으니 양해를 바랍니다)


이에 관해서 혹자는 이렇게 비유하기도 하지요.

깜깜한 동굴 깊숙한 벽에 진리의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그 글귀를 보기 위해서는 어둠을 밝히는 초가 있어야 하고, 초를 흔들지 않도록 바람이 멈추어야 합니다.


우리 마음이 얼마나 흔들리는지 아시나요?

그나마 고요하다고 할 때조차 삼매의 고수와 비교하면 미친듯한 폭풍의 조각배처럼 흔들리는 것입니다.

이런 바람 속에서 진리의 글귀를 알아볼 수 없기 때문에 마음을 정지하는 삼매가 필요한 것이죠.

다만 이 끝없는 삶의 반복되는 수레바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삼매를 바탕으로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고요.

예컨대 출가한 싯달타 태자가 비상비비상처의 경지에 이른 웃타카 라마풋타 스승을 떠난 이유가 이 플러스 알파를 찾기 위해서였던 겁니다.



재가자로 수행에 뜻을 가지고 있는 우리들에게 깨달음의 길은 너무나 멀고도 험해 보입니다

(그렇게 보여야 제대로 이해한, 맞는 것입니다. 쉽게 깨달음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유혹하는 사견의 가짜 스승들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고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어떤 이들은 걸림 없는 대자유를 얻겠다고, 또 어떤 이들은 깨달음으로 삶의 괴로움을 없애겠다고 이 여정에 뛰어들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어떤 이들은 그저 사는 것이 불안하고 힘드니 마음의 평화를 좀 맛보겠다고 발을 슬쩍 담궈보았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경우이든 간에 저는 이 삶과 존재의 모든 괴로움을 완전히 종식시키는 길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는 붓다의 바른 가르침이 없이는 결코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이 가르침을 접한 우리들은 얼마나 큰 복이고 행운인지요!


그 끝만 바라본다면 너무나 멀고 험한 길임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부처님의 일갈이 있어 크나큰 위안이 되지요.



팔정도를 지키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

계청정을 이루면 수다원이며
수다원은 2-7생 이내에 아라한의 경지를 이룬다.

- 붓다



높은 계단을 오를 때 끝을 보면 언제 다 오르나 일찍부터 지치게 됩니다.

그저 한계단 한계단 마음을 비우고 오르다 보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수용하며

탐진치 비우고 버리며

오늘도 한걸음!



- 明濟 전용석


한흐름 마음비움센터 I 한흐름 기명상원

"마음을 비우면 평화 - 어떻게 비울 것인가?" 효과적인 비움의 방편들을 제공합니다

#바른명상 #바른길 #기명상 #마음챙김 #정화 #명상 #수행 #초기불교 #붓다의가르침 #에너지장 #좋은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완전한 내맡김이 선정 삼매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