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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 Feb 21. 2024

맛있는 한라봉이 도착했어요

진정한 올드패션 과일 한라봉

[프롤로그]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하지만 사장님 이 글을 보신다면 댓글 남겨주셔도 고객후기로 쓰셔도 됩니다 ㅎㅎ


겨울에는 새콤 달콤 귤을 까먹는 재미가 있다. 손끝이 노래지다 못해 손톱까지 물들어도 상관없을 만큼 좋아하는 과일이다. 특히 한입에 먹을 수 있는 소과를 제일 선호한다. 귤껍질 안에서 은은하게 새어 나오던 귤향은 껍질을 까는 순간 내 주위를 귤밭으로 만들어 준다. 하우스귤이 달콤함이 짙다면, 겨울에 만나는 제철귤은 새콤함이 가미된, 생각만으로도 침샘이 자극되는 새침한 맛이다. 이 새침한 아이는 10월부터 1월까지만 만날 수 있으니 올 겨울에도 열심히 사 먹었다. 어느새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고, 혹시나 해서 마지막으로 주문한 온라인몰을 들어갔다. 역시나 모든 귤에는 품절이 안녕을 고했고 새로운 친구들이 빼꼼히 쳐다보고 있었다.


레드향, 천혜향, 한라봉 종류도 많다. 어릴 적에는 큰 귤, 중간 귤, 작은 귤, 껍질이 두꺼운 귤, 껍질이 얇아서 잘 안 벗겨지는 귤과 고오급진 오렌지밖에 없었는데 주황색 친구들이 참 많이도 생겼다. 사실 귤 아니고는 딱히 여운이 없어서 내돈내산은 안 했다. 특히나 한라봉은 모양도 우둘투둘해서 더 손이 안 갔는데 품절 충격인지 주황에 홀린 건지 나도 모르게 클릭을 하고 있었다. 며칠 후 한라봉이 안전하게 집에 도착해 귤 박스들 옆에 자리를 잡았다.



세 번째 이용하는 이 귤농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시선을 사로잡는 포장이다! 여태까지 귤을 사 먹으면서 이렇게 귤을 맛깔나게 표현한 박스는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박스를 뜯기 전부터 최애 농장이 돼버렸다. 도안 좀 해본 사람으로서 심플 is베스트는 명제라고 생각한다. 하얀 박스에 주황 동그라미가 초록잎을 달고 있을 뿐인데도 맛깔스럽다.



한동안 과대 포장에 열을 올리고, 빅로고와 화려한 마케팅 주류를 이뤘다. 그러다 대략 2년 전부터 올드패션이 유행을 하며 외형보다는 내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에서 고급스러움을 표현한다. 빅로고보다는 재질 혹은 내실로 승부를 하고 있다. 이 귤농장 사장님도 그런 의미였다면 과연 박스 안은 어떨지 무척 궁금하다.

일전에 주문한 소과는 정말 박스에 빈틈없이 가득 담겼지만 눌리거나 뭉개진 상품 하나 없이 얇은 귤껍질로 쌓여있었다. 여태 먹어본 중 최고의 겨울귤이었다! 과연 한라봉은 어떨 것인가?



와! 나 방금 한라봉 나무에서 하나 딴 거 같은 이 싱싱함. 이게 과연 비행기 타고 날아온 그 아이가 맞나 싶다. 귤박스를 열면 느껴지는 새침한 향을 기대했지만 아무 향도 느껴지지 않는다? 평소 한라봉을 자주 안 사 먹으니 알 길이 있나. 일단 비주얼은 백점 만점에 추가 점수 30점을 얻을 만큼 훌륭했으니 꼭지를 엄지손가락으로 뜯어보자. 엄지손톱에 밀려 투둑 벌어지는 소리와 함께 새콤한 향이 이미 폐로 들어왔다. 와!! 서둘러 껍질을 벗기고 갈라서 입에 베어 물자마자 퍼지는 과즙에 개안했다.

소과야 미안, 너를 먼저 만나서 몰랐나 봐.


진짜 맛있어도 너무 맛있다. 생김과는 달리 부드럽게 씹히며 터지는 알갱이마다 과즙이 폭발한다. 입안에서 주황 찬란한 레이저쇼가 롤러코스터를 다듯 입속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그렇게 앉은자리에서 4개를 까먹자 배도 부른다. 이 얼마나 은혜로운 과일인가. 소과는 20개쯤 까먹어야 배가 부르는데 1/5의 노동력만으로도 이렇게 포만감을 주니 합리적이기까지 하다. 그동안 우둘투둘하고 두꺼운 껍질만 보고 그 안의 내실을 미처 알아주지 못함을 반성한다. 진정한 올드패션 과일은 너와 두리안이다. (두라인 러버입니다.)



12월부터 3월까지가 제철인 이 트렌디한 과일 한라봉은 2월 이후에 배송시켜 먹는 게 당도가 더 높다고 평가도 해본다. 1월에 배송된 한라봉이 새큼한 맛이었다면 2월에 배송된 한라봉은 새콤한 맛이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를 가지기 위해서는 향후 몇 년은 주문해서 먹어봐야겠다.


출처 : 다음 한라봉 검색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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