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올림픽 대로를 달리다 보이는 개나리에 봄이 왔구나 싶었던 때가 있었다. 그렇게 살다가 늦은 밤 퇴근길 어두워진 잠실 야구장의 침묵에 겨울이 오는구나 알았던 때가 있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일하고 밥 먹고 일하고 밥 먹고 야근하고 퇴근하다 보면 아주 얇은 옷도 아주 두꺼운 옷도 필요가 없다. 오히려 사무실 에어컨에 여름에도 카디건을 걸치고 있고, 난방덕에 한 겨울에도 카디건이면 충분했다. 매일 같은 사무실에서 같은 사람들과 같은 업무를 하는 쳇바퀴 일상을 탈피하기 위해 매일 다른 옷을 입고 출근해도 같은 날이다.
순간순간 즐겁고 웃을 일이 많은 날이었지만 매일매일이 지치고 힘든 날들이었다. 그날은 무엇 때문에 힘들었는지 모르지만 머리를 식히고자 사무실을 나와 카페에 앉았다. 창밖을 걸어가는 사람 중에 안 바쁜 사람이 없어 보인다. 왜 이렇게 치열하고 바쁘게 사는 걸까?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버티며 살아야 하는 걸까? 얼마 전 읽은 전 세계 행복만족도가 떠올랐다. 당연히 우리나라는 최하였고 가장 행복한 사람은 필리핀의 어느 섬사람들이었다.
부럽다. 바다도 좋아하고 더운 곳도 좋아하는데 행복하기까지 하다니. 하지만 용기가 안 난다. 그리고 이미 문명의 편리함과 빠름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는데 그곳에 간다고 행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카카오 스토리를 뒤지다 2012년 8월 31일 피드를 보고 그때의 나를 떠올리며 끄적여 본다.
퇴사를 하고 난 지금, 역시나 바쁘고 정신없다. 하지만 만족도는 높고 전보다 행복하니 다행이다. 금전적인 부분은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