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새벽미사를 갔다. 언제 갔는지 기억이 없는 거 보면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죽은 지 20일 된 아이의 반려동물 굴굴이가 이렇게 새벽잠을 깨웠다. 주말에 아이가 굴굴이를 위해 기도하기 위해 매일 미사를 드리자 했다. 시도는 어제부터 했지만 너무 졸려 다시 잠들고 이틀째인 오늘 10분 늦게 미사에 참여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과 고요한 시간을 공유하며 오랜만에 편안함을 느꼈다. 아이가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을 쳐다보다아차 싶어 기도를 시작했다.
사랑이신 주님으로 시작한 나의 기도는 사랑하는 연두빛깔아이와 신랑을 시작으로 가족들을 떠올리며 자비를 빌었다. 종국에는 당신의 숨결과 시선이 닿고, 당신이 창조하신 그 모든 이들에게 자비와 평화를 주십사 빌었다. 오랜만에 기도에 집중하고 기도 그 자체에 진심을 담았다.
한동안 기도에 등한시했다. 해봤자 당신 뜻대로 할 건데 왜 기도를 해야 하나 싶었다. 간절히 원하던 일을 외면당했을 때의 상처는 결국 원망으로 남았다. 분노하고 미워하며 당신이 뭔데 이러냐고 따져 물었다. 하지만 당신에게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힘들고 간절한 일이 생기면 찾아가 억지를 부리며 이거라도 들어달라고 떼를 썼다. 이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권리를 내세우듯 기도했다. 조건 없는 믿음과 신뢰로 대할 수는 없었다. 알량한 자존심일지, 내가 받은 큰 배신감 때문인지 정의 내릴 수 없다. 싫으면 떠나면 될 텐데 그건 또 안된다. 당신이 만들었으니 책임지라고 미운짓을 반복하는 비행청소년처럼 굴었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다시 돌아온 탕자였다. 눈물을 펑펑 흘리며 마주하지는 않았지만 내 안에서 미움, 원망, 분노가 빠진 온전한 기도가 흘러나왔다.
사랑이신 주님, 잔인하신 분, 이렇게 의탁하게 만들고 벗어나지도 못하게 하셨으니 이 또한 감사합니다. 제 온전한 기도를 들어주소서. 아멘.
"굴굴이 위해서 기도 잘했어?" "응!" "잘했네! 굴굴이가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겠다." "다른 때는 핸드폰 생기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오늘은 굴굴이 위해서만 기도했어." "아! 그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