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할 거라 기대해요. 이번 웨딩 잡지 컨셉은 제가 잡은 거라,컬러는 핑크, 바이올렛, 화이트 세 가지로 참고해 주세요.심 원장님은 튤립이 들어가면 좋지 않나 하시기는 했는데,참고만 하시래요. 웨딩 케이크를 11시 방향에 배치할 거고,꽃은 김 선생님이 정하더라도 유칼립투스를 식탁 모서리쯤 배치하고
앵글에 걸치는 정도만 작게라도 위치를 잡았으면 해요."
연수는 찻집 창가에 놓여 있는 선인장을 한 번 보고,
"부원장님이 이선생님께 맛있는 거 사라고하시더라고요.이 선생님이 플라워 세팅도 잘하는데,
저 불러주신 거라고 한턱 내라고."
지혜는 "팀으로 잘 지내라고 그냥 하신 말씀인 것 같아요.꽃은 전문가가 해야죠. 김 선생님께 제가 더 부탁해야 하는데요."라고 웃으며 유과 하나를 또 건넨다.
"부원장님이 이 선생님께 좋은 사람 생긴 것 같다고,그걸 어찌 아세요 했더니, 요즘 웃음이 많아졌다고 하더라고요.연애하면 다 웃는 거 아닌가요?"
연수는 지혜에게 원장님과 나눈 이야기를 전하였다.
"아니야, 좋은 사람을 만나서 웃음이 많아진 거야,
분명 참 연애를 하는 거라니까"
좋은 변화는 좋은 사람의 사랑을 받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기적이야!
지혜는 안국역 걸스카우트 회관 앞에서 시계를 보며 그이를 기다린다.그이의 엘란트라가 저기 보인다.
경적을 울릴까 싶어 버스 정거장 앞에서 지혜는 조수석에 급히 탄다.그이는 어디를 간다고 말하지도 않고 올림픽 대로를 내달린다.
한참을 가다 지혜는 "어디를 가는 거예요." 그의 콧방울을 본다.그이는 눈가로 또 눈주름을 보이며,
"지금 미사리를 지나는 중입니다.
팔당대교를 건너면 바로 양수리로 향하는 길이 나오거든,
모닥불 앞에서 지혜랑 해지는 거 보려고 가는 거야.
이제 나 말 놓는다. 허락해 줘."
지혜와 그이는 다섯 살 차이.
지혜 엄마는 네 살은 좋아도, 다섯 살은 그냥 싫다고 가끔 말하곤 했다.
그이는 저수지를 지나 산과 산 사이 그리고 철길이 보이는능내역과 팔당역 사이에 자리한 봉쥬르 까페 마당에 지혜를 데려다주었다.통나무집 한 채, 그리고 별채가 급했는지 비닐하우스가 보인다.
마당에는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통나무를 베어
의자로 앉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모닥불의 온기가 제법 강해서 연인들은 불 주변에 앉았다가곧장 철길로 올라갈 수 있어커플들이 손을 잡고 철길 위로 걷고 있었다.
"비빔밥, 수제비 어떤 것으로 먹을래, 여기는 두 가지 메뉴밖에 없어"
지혜는 "비빔밥이요" 수제비를 먹으면 콧물이 나올 것 같다는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이는 "나도"
"카페라더니, 밥, 수제비 파는 것도 신기한데,
이렇게 풍경이 좋은 곳에 메뉴가 두 가지라니뜻밖이네요"
"풍경에 집중하란 거지, 일몰 보는 것만"
어느새 그이는 무릎담요를 가져와 지혜에게 건넨다.
지혜는 철길 위로 떨어지는 해를 보고 있다.
그이는 "푸드 스타일은 사진에도 조예가 있어야 하는 것 같던데,풍경을 자주 보면, 머리가 덜 아프지 않을까,
여기 생긴 지 몇달 안 되었어.
이런 곳은 지혜가 찾아다녀서라도 맛봐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다음에는 내가 카메라 들고 나올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