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노래

사슴이 된 아내

by 여목 임재광

봄꽃 향기가 소나기처럼 쏟아지고 푸른 하늘이 속살을 보이며 유혹하는 봄이 왔습니다. 아내는 창문을 열어 목을 길게 빼고 봄이 왔다고 호들갑을 떱니다. 나는 시골에서 고구마 옥수수 먹고 자랄 때 자기는 초콜릿 햄을 먹고 자랐다고 은근히 자랑하던 아내는 미운(?) 서울 토박이입니다.

결혼 후 처음으로 내가 살던 시골 고향을 함께 나들이 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고구마 감자가 뿌리에 매달려 땅 속에서 올라오는 걸 보고 놀라던 아내. 벼에 매달린 게 쌀이라는 걸 알고 신기해하던 아내. 그렇게 놀라고 신기해하는 아내를 보면서 내가 더 이상한 눈으로 아내를 보았던 기억도 함께 있습니다.

그런 아내가 봄이 오면 기다렸다는 몸과 정신을 무장하고 바람이 나서 집을 나섭니다. 햇빛을 알레르기처럼 기피하는 아내가 용감하게 동네 밭두렁으로 냉이를 캐러 나갑니다. 봄나물 냉이가 지천에 깔려 눈을 감고 뽑아도 한 움큼씩 손에 잡힐니다. 4월이면 참나물을 뜯으러 간다고 전장으로 나가는 전사처럼 이미 전투태세에 임했습니다. 들판에 잡초만큼 지천에 깔린 게 참나물입니다.

5월이면 동네 뒷산으로 달려갑니다. 고사리가 나무보다 많습니다. 봄이 오면 아내는 들로 산으로 사슴처럼 뛰어다니고 한숨 돌리고 여름이면 블랙베리 블루베리를 따러 출전을 합니다. 나는 사슴이 되어 뛰어다니는 아내의 뒷 꽁무니를 따라서 덩달아 함께 뛰어다닙니다. 아내를 종합병원 이리고 놀려대는 나도 봄은 아내의 계절이라 부릅니다.

나는 이 찬연한 푸른 봄이 아내 곁에서 떠나지 않고 아내의 봄이 되기를 소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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